[코리아데일리 칼럼] 선거 문화 새롭게 세울 기회

 

제19대 대선이 27일 남았다. 준비 기간이 짧은 탓으로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 경쟁보다 상대방의 허점을 집중 공격(검증?)하는 네거티브 경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바는 이와는 또 다르다. 유권자들이 이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국정 과제로 복지보다는 경제 회복, 적폐 청산보다는 든든한 안보·외교를 꼽는다.

이런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을 언론은 ‘신(新)중도층’으로 명명했다. 이들은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진영 대결을 거부하고 정치 경제적 이슈에 따라 때로는 진보적 가치, 때로는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며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새로운 중도층이란 뜻이다.

여론조사 때마다 지지율 변동을 좌우하는 신중도층은 전체 유권자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의 약진을 이끌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과정을 거치며 확실히 존재를 드러냈으며, 이제 대선 결과를 좌우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번 장미대선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야야(野野) 대결로 고정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판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과 같은 진보-보수의 이념적 구도, 영남-호남이란 지역적 구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났다. TK(대구·경북)는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고, 호남은 두 명의 후보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과거에는 자신의 이념에 따라 보수층은 보수 정당, 진보층은 진보 정당을 지지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위 후보와 2위 후보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그만큼 지지 대상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진보 후보들을 두고 보수층 유권자가 결정하는 기묘한 사태가 벌어졌다. 보수 정당 관계자들은 “평생 우리를 지지하던 당원들도 우리 당 후보가 아니라 다른 후보를 찍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이들이 실제로 몰표를 던진다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어느 한쪽이 크게 이길 수 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안 후보가 중도를 선점한 상황에서 보수층의 선택이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른바 보수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15% 이상 가져갈 경우엔 문 후보가 유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안 후보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한 변수는 남은 기간 영남과 호남의 표심이 어느 한 후보에게 쏠리는 경우다. 호남 민심은 과거와 달리 문-안 중 누구든 찍을 수 있고, 영남표 역시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 따라서 문 후보 쪽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보수표를 많이 가져가길 원하고, 안 후보는 그 보수표가 많이 와줬으면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무튼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회복’과 ‘안보 불안’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복지 확대’ 이슈는 뒤로 밀렸고, 대통령 탄핵을 초래했던 ‘적폐 청산’ 주장에도 유권자들은 미덥지 않은 반응이다.

이번 기회를 맞아 대선을 비롯한 모든 선거에서 1987년 이후 이어져 온 무조건 이념주의와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나아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무시하는 ‘묻지마 선거’ 또는 ‘깜깜이 선거’를 탈피함으로써 선거 문화를 새롭게 세우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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