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홍준표의 계산서 들어맞을까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9일 자정 직전에 사퇴서를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했다. “보궐선거를 막기 위해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9일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사퇴서를 내겠다”던 주장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다. 이로써 이번 대선과 함께 5월 9일 치러질 경남도지사 보궐 선거는 없는 일이 됐다.

홍 후보는 후보 선출(3월 31일) 이후 9일 동안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불리함을 감수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것이다. 홍 후보는 “1년 짜리 도지사를 위해 선거비로 300억 원을 지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홍 후보가 지사 보선 과정에서 경남도정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 경우 대선 표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 대선의 겉모습은 민주당 문재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 대결’로 굳어지는 듯하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보수층이 망연자실한 바람에 진보를 대변하는 문재인과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 후보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문-안 두 후보가 과연 오늘날 국가 위기를 헤쳐 나갈 만한 충분한 자질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지이다. 내적으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정국을 이끌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박 전 정권 시절 사사건건 발목을 잡힌 구조 개혁과 경제 활성화 전례를 볼 때 앞으로 경제 전망도 암울할 것이다.

대외적으론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중국과의 사드를 둘러싼 갈등 그리고 미·중·일·러의 각축전 속에서 우리나라의 진로를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이 북한 선제 공격론까지 띄우는 마당에 우리의 안보는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서는 싫든 좋든 문-안 두 사람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승부를 가를 선택권이 15%에 이르는 보수층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후보의 계산은 이 점에서 출발한다. 양강이 45% 이상의 절대 지지를 못 받는다면 3자 대결로 끌고 가서 이기겠다는 계산이다.

홍 후보는 “아직 한 달이 남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보수는 돌아온다. 4월 말쯤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무엇보다 대외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특히 4월 한 달 북한의 급박한 동향이 예상되는 환경에서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호남과 영남의 표심이 과거처럼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고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홍 후보는 절대 보수층 15%와 나머지 보수 30% 가운데 얼마가 될지 모를 ‘샤이 보수’를 흡수하고, 반문 정서 때문에 안 후보를 지지한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면 35% 이상의 득표로 3자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 유승민 후보와 단일화를 성공시키고 3자 대결로 이끌어가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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