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지지율 ‘거품’과 ‘비호감도’

 

주요 대선 후보의 면면이 정해진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대세론’을 즐기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4일~5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다자대결에서 38.4%, 안 후보는 34.9%를 기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은 9.6%로 3위라기에는 초라한 성적표다. 안 후보가 ‘반문(反文) 정서’를 등에 업고 괄목상대로 부상한 상황이다.

D-33일인 6일 비상이 걸린 문 후보 캠프는 선거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문 후보는 ‘진정한 정권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문 후보는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을 방문해 “적폐세력과 함께 정권을 연장하려는 안 후보로는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같은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역할을 한 사람은 이번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정치판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진정한 연대는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홍준표 후보는 물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도 손잡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문 후보의 약점인 안보관을 물고 늘어졌다. 안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는 제대로 해야 한다. 안보를 위해선 우리 동맹인 미국과 공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육군 17사단을 방문한다.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급해진 문재인 후보 캠프의 특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이 안 후보의 지지율을 “맥주거품 같은 것”으로 깎아내렸다. 맥주를 급히 따르다 보면 거품이 막 나오는 것처럼 안 후보 지지율에도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뜻이다. 민 의원은 안 후보 지지층의 경우 충성도가 낮아 선거 당일 반드시 투표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결과적으로 안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거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환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야말로 거품”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현재의 민심과 여론을 너무 안이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패권주의적 후보의 집권을 경계하고 국민 통합을 염원하는 대구·경북 등 보수 유권자들의 의지를 민주당은 거품론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안 후보 지지층이 기권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지지율만큼이나 비중있는 비호감도를 살펴보자. 앞의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는 누구냐’는 비호감도를 조사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38%로 1위,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8.1%로 2위를 차지했다. 다른 후보들의 비호감도는 한 자릿수였다. 무소속 김종인(5.7%), 국민의당 안철수(4.6%), 정의당 심상정(2.4%), 바른정당 유승민(2.3%) 후보 순이다.

문 후보는 자유한국당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에서 37.6%, 대전·충청 지역에서 33.2%의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고향’인 부산·경남에서도 31.8%가 문 후보를 비토했다.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는 문재인 후보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경우가 많다”며 “만약 안철수 후보에게서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지지를 쉽게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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