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접점없는 트럼프와 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인적 배경이나 정치 스타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트위터 고수’와 ‘심사숙고형 지도자’라는 기묘한 커플의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가방을 잠시 닫고 탁구채를 꺼내들어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시 주석은 골프를 전혀 치지 않기 때문이다. CNN은 두 정상이 플로리다에서 25시간을 함께 보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1970년대 중국 탁구팀을 초대해 미중 데탕트를 이끈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제안한 것이다.

두 정상은 태생과 정치 입문 과정이 전혀 다르다. 트럼프는 사업가 아버지를 둔 ‘금수저’ 부동산 재벌 출신이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혁명가의 후예지만 부총리였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실각으로 농촌으로 쫓겨 가 10여년을 토굴 속에서 사는 등 정치적 풍파를 겪으며 자랐다.

정치적으론 트럼프는 미 역사상 외교를 포함해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첫 대통령이자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는 ‘워싱턴 아웃사이더’다. 반면 시 주석은 1982년 현(縣) 정부 서기를 시작으로 35년간 지방과 중앙 정부에서 근무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두 정상이 먼저 논의할 사안은 이른바 G2로 표현되는 ‘신형 대국(大國) 관계’의 정립이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는 만큼 미국도 중국의 위상을 인정해야 비로소 명실상부한 미중 관계가 완성된다고 중국은 보고 있다. 시 주석으로서는 방미 성과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 주석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신형 대국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기원전 5세기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전쟁을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의 부상(浮上)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시 주석의 지론이다.

다음으론 미국으로서는 눈엣가시인 ‘북핵(北核) 문제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을 존경한다”고 언급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북핵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는 데 대해 중국이 ‘유엔 제재와 평화협정 대화 병행’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얼마나 미국 요구를 받아줄지에 따라 양국 관계는 큰 분수령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양국 간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때문에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한편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일관되게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미 무역 흑자는 자연스러운 시장 질서에 의한 것이라고 방어하면서 큰 시각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기본적으로 대(對)중국 견제와 봉쇄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양국이 충돌하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에서 반미 시위가 일어나고,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화살이 시 주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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