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5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것 같다. 29일 민주당 충청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47.8%를 얻음으로써 텃밭에서 도약을 기대하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희망을 무산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연대’ ‘통합’ ‘연정’이라는 화두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한 호텔에서 회동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회동 뒤 “다음 정부는 특정 세력의 단독·적폐 청산(淸算) 정부가 아닌 통합·공동·화합 정부가 돼야 한다는 데 세 사람이 인식을 함께 했다”고 전하면서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치 연대를 ‘반문(反文)’이 아니라 통합 정부를 지향한다는 의미의 ‘통합연대’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3인 대화가 아니라 그 배경에 김무성 씨와 박지원 씨 더 나아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그동안 연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다가 전날 ‘각 당 대선후보 선출→대선 중 연대→대선 후 연정’이라는 ‘3단계 연정론’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자강론(自强論)을 내세우는 안철수 후보의 물밑에서 연대의 활로를 모색해왔다. 심지어 일각에선 박지원의 동교동계, 김무성의 상도동계가 조만간 회동을 통해 통합연대에 ‘역사성’과 ‘정통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측은 이러한 중도·보수 단일화 논의를 정치적 명분이 없는 ‘야합(野合)’으로 치부한다. 말인 즉, 안철수 후보가 바른정당, 한국당과 연대한다면 주요 지지 기반인 호남이 지지를 철회할 것이며, 유승민 홍준표 후보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안 후보에게 안방을 내준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지 기반을 상실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밖에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며, 잡음 없이 모두가 수긍할 단일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없기 때문에 ‘다자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확실시되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대선 구도와 관련해 “좌파 2명, 중도 1명, 우파 1명 정도의 4자 구도가 될 것”이라며 “박빙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지사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좌파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중도 후보, 그리고 자신을 우파 후보라고 규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대선 구도에서 아예 빼버린 것이다. 두 후보는 그동안 ‘범(汎)보수’ 진영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왔지만, 전제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태생적 요인이 노출된 것이다.

한국당 내 친박 청산을 요구하는 유승민 후보에 대해 홍 지사는 “대선에는 지겟작대기도 필요한 것인데 ‘뺄셈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유 후보를 겨냥해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게 TK(대구·경북) 정서”라고 반박했다.

스스로 대선판을 잘 읽는다는 홍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따라 범보수의 결집이 힘을 얻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본다. 홍트럼프, 홍테르테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을 향해 큰 소리를 날리는 홍 지사가 다자 대결 구도 속에서 대선판을 좌우 대결로 몰고 가면 대한민국에선 우파가 이긴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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