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사회 부조리 대항하는 통쾌한 쾌거

[코리아데일리 곽지영 기자]

영화 인사이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이클 만 감독의 1999년 영화로 대기업에 맞선 언론과 개인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알 파치노는 담배회사의 비리를 캐고자 하는 방송국 PD로, 러셀 크로는 회사의 협박에 맞서 불안하게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제프리 와이갠드 박사로 분했다. 러셀 크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영화 ‘인사이더’ 줄거리 & 결말

미국 3대 담배 회사 중 하나인 브라운 & 윌리암슨의 연구 개발부 책임자이자 부사장이었던 제프리 와이갠드 박사는 '의사소통 능력 미달'이란 이유로 해고된다. 그러나 그가 해고 당한 진짜 이유는 딴 데 있었다.

▲ 영화 인사이더 스틸

B&W가 니코틴 효과를 높여서 담배의 판매를 촉진시킬 목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암모니아 화합물을 담배에 넣는 것을 와이갠드 박사가 제지하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CBS 방송 시사 프로그램인 '60분 : 60 Minutes'의 PD인 로월 버그만은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의 한 연구 논문을 입수한다.

이 논문은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다가 잠들 경우,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과 위험도에 관한 연구 논문이다. 전문적인 용어라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로월은 정보원을 통해 논문의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줄 전문가를 섭외한다.

이 과정에서 와이갠드 박사와 로월은 숙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1990년대 중반, 담배산업의 비리가 속속 폭로되면서 온 국민의 분노가 증폭되던 즈음, 로월은 와이갠드 박사의 자문을 받던 중, 그가 '의사소통 능력 미달'을 이유로 브라운 & 윌리암슨에서 해고됐다는 고백을 듣자 해고된 배경에 분명히 미심쩍은 압력이 개입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내분비학, 생화학 박사인 와이갠드의 논리정연한 달변 앞에서 누군들 그의 '의사소통 능력 미달'을 수긍하겠는가

이 영화에서는 아무리 상황이 심각해져도 주인공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떤 금연 영화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도 ‘인사이더’는 동시에 강력한 사회파 영화다.

‘인사이더’는 등장인물들과 사건의 폭이 만만치 않은데, 수많은 회사와 사람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담배산업을 주축으로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 기자와 정보원과의 관계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자칫 사회면 톱기사를 밋밋하게 옮겨버린 듯한 장광설을 사뿐히 기워낸 것은 전적으로 마이클 만의 연출력이다(

특히 2시간45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낮은 포복으로 일관하는 클로즈업이 없다면, 영화의 긴장감은 아예 증발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큐감독 출신답게 마이클 만은 <라스트 모히칸>의 안이한 로맨티시즘을 뒤로 하고 ‘히트’를 전환점 삼아 점점 더 날카로운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낸다.

한편 ‘인사이더’의 또다른 이름은 ‘모두가 담배 회사 사람들’. 그러나 ‘대통령의 사람들’에서는 '깊은 목구멍'이라 불리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 제보자가 영원히 침잠해 있는 반면, ‘인사이더’는 '깊은 목구멍' 와이갠드 박사가 처음부터 노출된채 담배회사와 심리전을 벌인다.

그래도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대통령의 사람들’보다 ‘인사이더’의 영향이 더 컸노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에 의하면 워터게이트 사건이 자신의 부모를 죽이지는 않지만 담배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흡연자의 돈으로 다시 흡연의 해악이 은폐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끓는 건 결국 한 사람의 희생이자 복수라는 게, 그나마 건조한 영화 표면에 어느 정도 습기를 준다.

또 ‘인사이더’에서는 두 남자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우정이라는 미명하에 손쉬운 감상의 늪에 빠지는 일이란 절대 없다. 어렵게 취재한 뉴스가 언론과 담배회사의 유착으로 물거품이 되자, “한번 더럽혀진 명예는 다시 회복될 수 없다”며 훌훌 사표를 던지는 알 파치노의 비장함은 사무라이의 그것에 가깝다.

앨런 파큘라 감독의 <대통령의 사람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치는 민완기자들의 활약상을 담은 것처럼, <인사이더> 역시 현재 미국에서 19개월째 진행중인 담배회사소송을 실제로 다룬 작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999년 7월7일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피해자 50만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들에게 2천억달러(약 240조원)를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인사이더>의 배경이 된 B&W뿐 아니라 필립 모리스 등 5개의 굴지의 담배회사들은 천문학적 손실을 입게 된 것. 플로리다주 법원의 판결문 요지는 이러하다. 첫째, 이들은 일반 소비자의 기대를 위반한 결함있는 제품을 제조했다. 둘째, 1969년 이전에는 흡연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 셋째, 따라서 1969년 이전의 담배 판매행위는 ‘고의적인 속임수에 의한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때 과연 담배회사의 경영진들이 니코틴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냐 하는 것이 위 논리의 핵심인데, 이에 대한 증언을 한 사람이 바로 제프리 와이갠드 박사. 이렇게 해서 법원쪽은 원고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62년부터 필립 모리스의 담배 경고문이 붙기 시작한 69년까지의 피해기간을 계산해 원고에게 2650만달러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외에도 1천여건의 담배소송이 제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회사들은 <인사이더>가 평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배심원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법원의 승낙을 얻어 낼 정더러 감동적인 결말이 통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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