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맥 라이언’ 빌리 크리스 “향기가 피어난다.”

[코리아데일리 곽지영 기자]

11일 ‘맥 라이언’ 빌리 크리스 환상적이 조합이 빛나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라 불렸던 노라 에프론의 작가로서의 대표작 중 하나로, 멕 라이언을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아이콘 자리에 올려놓은 영화다.

남녀 사이에는 우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남자와 까다로운 취향을 자랑하는 여자가 오랫동안 친구 사이를 유지하다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로 감동의 넘치는 영화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줄거리 & 결말

"우린 친구가 될 수 없겠네요."

1977년 시카고, 막 대학을 졸업해 뉴욕에 직장을 구한 해리는 친구의 소개로 역시 일과 사랑을 찾아 뉴욕으로 떠나려 하는 샐리의 차를 얻어 타게 된다.

▲ 영화 스틸

그리고 뉴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해리는 남녀 사이에 우정이 불가능하다며 샐리에게 매력적이라 말하고, 샐리는 그런 그의 태도가 자신의 친구를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불편한 상태로 헤어진다.

그리고 5년 뒤, 그들은 뉴욕 공항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해리는 서로에게 모두 연인이 있음을 확인한 뒤 애인 있는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덧붙이며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지만, 샐리는 그가 뒤이어 이야기하는 섹스와 사랑에 대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 여전히 동의하지 못하며 제안을 거절한다.

다시 5년 뒤, 둘 다 ‘싱글’이 되어 뉴욕의 한 책방에서 마주친다. 비로소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연애사와 온갖 고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며 편안한 이성친구로 발전하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함께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고, 전시회를 다니고,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이성친구로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은 샐리가 울며불며 해리에게 도움을 청하다가 결국 둘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된 그들은 자신들의 소개로 만난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급기야 싸우게 되고 서로를 피해 다니게 된다. 하지만 새해 전야를 쓸쓸히 보내던 해리가 샐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녀에게 달려가 사랑을 고백하며 둘의 사이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노라 에프론은 1990년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대표하는 이름이었다. 그녀의 부모인 헨리와 피비는 ‘회전목마’(1956)나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1961)와 같은 드라마와 코미디를 공동집필한 시나리오작가였다.

이런 영향으로 그녀는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그녀의 동생인 델라와 에이미 또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며 또 다른 동생인 핼리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에프론의 시작은 시나리오작가가 아니라 ‘뉴욕 포스트’의 저널리스트였으며, 뒤이어 다양한 잡지에 기고하는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녀는 이성, 사랑에 대한 통속적인 소재들을 즐겨 다루며 거기에 풍자적인 터치를 더하길 즐겼다. 그런 그녀에 대한 당시 평판은, 2012년 그녀가 타계했을 때 ‘뉴욕 타임스’에서 요약한 대로, “명료하고 직설적이며 절제된 스타일로 유머와 솔직함을 표현해내는” 글쟁이란 것이었다.

그녀가 두 번째 남편과의 인연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손대기 시작했을 때,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당연했다.

각본 데뷔작 ‘실크우드’로 단번에 아카데미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린 그녀는 급기야 세 번째 작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주목할 만한 작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아가 ‘행복 찾기’ 때부터는 연출에도 뛰어들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지금은 통화중’ ‘그녀는 요술쟁이’ ‘줄리&줄리아’ 등을 내놓으며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로까지 불리게 됐다.

이전에도 저널리스트의 객관적 글쓰기와 에세이스트의 주관적 글쓰기를 자유자재로 오갔던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사랑에 대한 달콤한 판타지를 적절한 비율로 버무려낼 줄 알았으며, 그런 탁월한 균형감각을 통해 현대를 사는 갑남을녀들의 일상과 욕망에 늘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롭 라이너은 노라 에프론과 마찬가지로 영화계 종사자 부모 밑에서 자연스레 영화감독을 꿈꾸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1950~60년대 코미디영화를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명이었고, 그 영향 탓인지 롭 라이너도 ‘스마더스 브러더스 코미디 아워’ ‘올 인 더 패밀리’ 등을 비롯해 여러 TV 시트콤의 작가 혹은 배우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의 감독 데뷔작은 가짜 헤비메탈 밴드에 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였다. 이후 10대 소년들의 성장담에 관해 뛰어난 심리묘사를 보여준 드라마를 두어편(〈사랑에 눈뜰 때〉 〈스탠 바이 미〉) 만든 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돌아와 그의 코미디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는 오래도록 갈고닦아온 유머감각을 발휘해 노라 에프론의 재치와 위트를 스크린 위에 효과적으로 옮겨냈다. 그런 그를 두고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코미디 감독 중 하나”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한편 이 영화를 논할 때 샐리 역의 멕 라이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당시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그녀는 롭 라이너에게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샐리 올브라이트 역을 맡을 수 있었고, 결국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샐리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과 일을 모두 쟁취하고자 애쓰는 현대 여성의 속마음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해낸 그녀는 당시 평자들로부터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평자들은 그녀를 향해 “비로소 자신의 순진무구함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된 이 금발머리는 여름용 멜라니 그리피스라 할 만하다”(〈워싱턴 포스트〉), “빌리 크리스털도 멕 라이언이 계속 신 스틸링을 하게 두지 않을 만큼 웃기다. 하지만 그래도 멕 라이언의 놀랄 만한 연기는 여전히 강력하며 배우를 잘 다루는 롭 라이너의 재능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예시를 제공한다”고 썼다. 이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 노라 에프론의 영화에 계속 출연한 그녀는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부흥과 쇠락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라 에프론이 롭 라이너를 만났을 때,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영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아니었다고 한다. 여러 번의 제안과 거절 끝에, 롭 라이너는 친구처럼 지내게 된 두 남녀가 서로의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섹스를 하지 않고 지내다가 결국은 섹스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늘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노라 에프론은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한편 샐리가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가짜로 오르가슴을 흉내내는 장면은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샐리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면이 너무 적다고 느낀 빌리 크리스털이 그러한 장면을 하나 만들어 넣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에 노라 에프론은 “가짜로 오르가즘을 느낀 척하는 것”에 관한 소재가 제격이겠다고 받아쳤고, 여기에 멕 라이언이 “제가 직접 한번 보여주죠, 뭐”라고 가세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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