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컵’을 뒤흔드는 한국 대표 경주마들의 무서운 질주

[코리아데일리 김재명 기자]

▲ 파워블레이드 현지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세계 최고의 대회 ‘두바이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대표 경주마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현지시간으로 1월 12일과 19일, 총 3개 경주(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 5두가 출전해 1위, 2위, 3위, 4위, 7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일종의 예선전 격인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이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경우, 슈퍼새터데이, 두바이월드컵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라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바이월드컵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996년부터 시작된 대회다. 막툼 왕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미국의 켄터키더비, 호주의 멜버른컵, 홍콩국제경주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로 꼽히며, 우승상금만 무려 600만 달러에 달한다. 단일경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바이월드컵은 3단계를 거치며 진행된다. 첫 번째는 예선전 성격의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이다. 1월 5일부터 2월 23일까지 9주간 개최되며, 장소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메이단(Meydan) 경마장이다.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면 슈퍼 새터데이(Super Saturday)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일종의 준결승전으로, 3월 첫째 주 토요일에 펼쳐진다. 슈퍼 새터데이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할 시, 최종적으로 꿈의 무대 '두바이월드컵‘에 출전하게 된다.

이번 두바이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경마계가 크게 술렁이는 이유는 출전마에 있다. ‘트리플나인’, ‘파워블레이드’, ‘디퍼런트디멘션’, ‘서울불릿’, ‘메인스테이’ 등 5두 모두 이름만으로도 국내 경마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명마(名馬) 중의 명마다.

2015~2016년 2회 연속 연도대표마에 빛나는 ‘트리플나인’, 국내 최초로 통합삼관마 자리에 오른 ‘파워블레이드’와 강력 라이벌 ‘서울불릿’, 지난해 단 한 번도 순위상금을 놓쳐본 적 없는 ‘메인스테이’와 ‘디퍼런트디멘션’까지. 그야말로 한국 경마계의 ‘어벤져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참고로 해당 경주마들은 전(全) 두수 모두 렛츠런파크 부산에서 맹활약 중인 스타마(馬)들이다.

젊은 경주마들의 첫 출전이 다가오자 국내 경마관계자들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최고의 경주마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란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양일에 걸쳐 ’어벤져스‘들은 이런 우려를 깨끗이 날려버렸다.

제일 먼저 입상 포문을 연건 ‘파워블레이드’였다. 두바이 시간으로 12일 20시 15분, 1600m경주에 출전한 ‘파워블레이드’는 세계 유수의 경주마 14두와 겨뤄 당당히 입상을 따냈다. 초반 경주스피드가 빨라 위치선점에는 실패했지만, 특유의 추입능력을 바탕으로 코너를 돌며 경쟁자들을 제쳐나갔다. 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든 이후에는 경주로 안쪽 코스 확보에 주력하며 끝내 3위로 결승선을 뚫었다. 한편, 당일 ‘파워블레이드’와 함께 출전한 ‘디퍼런트디멘션’은 7위를 기록했다. 경주초반 멋진 선입을 선보였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오히려 단거리에서 더욱 좋은 기량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9일. 한국경마 시행 95년 만에 최초로 국산마가 파트1(경마국가 중 최상위 그룹) 국가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저력의 4세마 ‘메인스테이’로 현지시간으로 21시 25분 펼쳐진 1200m 단거리 경주에 출전해, 시종일관 선두를 내주지 않으며 1위로 결승선을 갈랐다. 런닝타임은 1분 11초 63으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2초 가까이 단축했다. 함께 기대를 모았던 ‘서울불릿’은 경주 초반, 예상치 못한 경주마간 충돌로 4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추입력으로 강자들을 제치며 4위까지 치고 올라온 저력은 현장 관계자들을 놀랍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국 최고의 경주마 ‘트리플나인’도 19일 두바이 데뷔전을 가졌다. 현지시간으로 20시 15분, 2000m 장거리 경주였으며 국제레이팅이 105로 출전마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높은 레이팅으로 인해 부담중량(60kg)도 가장 높아 여러모로 부담감이 큰 경주였다. 참고로 부담중량은 경주마가 짊어지는 무게(기수 몸무게 + 마장구 등)로, 경마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통상 기량이 뛰어난 경주마일수록 무게가 많아진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트리플나인’은 결승선을 400m 남기고 추입에 성공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초반 경주마들에 치이며 위치선점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막판에 무려 4마리나 제치며 1위를 목전까지 추격했다. 한국에서 생산․훈련한 말이 2000m에서 최고중량 60kg을 극복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대단했다.

출전마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자 국내 관계자들의 기대심도 한층 높아졌다. 이젠 슈퍼새터데이와 두바이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 통상 슈퍼새터데이에 출전하기 위해선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해 본인의 국제 레이팅을 올려야한다. 1월 경주결과 ‘메인스테이’는 6을 더해 레이팅 101을, ‘트리플나인’은 1을 더해 106을, ‘파워블레이드’ 100을 기록하게 됐다. 때문에 거리적성과 컨디션만 잘 조절한다면 충분히 슈퍼새터데이도 노려볼만하다는 게 마사회 관계자의 의견이다.

‘파워블레이드’의 경우 가장 예쁜 경주마에 뽑히는 영예를 함께 안았다. 경마일마다 매일 1두씩 뽑는 행사로, ‘파워블레이드’는 출전 당일인 1월 12일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참고로 심사위원은 경마장을 방문한 주요 인사들 중 시행체인 두바이레이싱 클럽이 지명한 자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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