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

조선시대의 뛰어난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서울미술관은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14점의 초충도(草蟲圖)와 1점의 묵란도(墨蘭圖)가 선보인다.

▲ 신사임당, 묵란도, 연도미상, 비단에 수묵, 92.5×45㎝.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는 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묵란도’도 공개됐다. 지난 2005년 KBS ‘TV쇼 진품명품’에 처음 공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은바 있는 이 작품은 신사임당의 난 그림과 함께, 우암 송시열(1607-1689·율곡 이이의 제자)의 발문이 붙어있다. 묵란도 위로, 발문을 후대에 덧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송시열은 “그 손가락 밑에서 표현된 것으로도 오히려 능히 혼연히 자연을 이뤄 사람의 힘을 빌려 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격찬하며 자신의 스승을 낳은 어머니를 추켜세워 우회적으로 스승에 대한 경외를 표했다.

▲ 신사임당, 초충도, 연도미상, 종이에 채색, 36×25㎝.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초충도는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으로 보통은 꽃과 과일, 열매 그 주위로 몰려든 곤충과 동물을 배치한다. 꽃과 나비는 부부간의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 장식용으로 쓰인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여기에 다산, 자손번창,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조선 19대 국왕인 숙종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보고 “풀이며 벌레여 그 모양 너무 닮아 부인이 그려 낸 것 어찌 그리 교묘할꼬. 그 그림 묘사하여 대전 안에 병풍 쳤네, 아깝도다 빠진 한 폭 모사 한 장 더 하였네, 채색만을 쓴 것이라 한결 더 아름다워, 그 무슨 법인가 무골법이 이것이네”라고 평하기도 했다.

풀과 벌레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초충도의 바탕은 ‘감지’다. 감 물을 들인 감지는 특유의 항균작용으로 곰팡이나 좀이 슬지 않아 보관에 용이하다. 금가루로 쓴 불경인 금사경에 쓰이는 종이로 상당히 비싼 제품이다.

초충도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계절이다. 가지가 열리는 7~8월에는 방아깨비, 쇠뜨기풀, 산딸기, 나비, 벌이 등장하고 꽈리가 여무는 초가을에는 구절초와 나비, 붉은 잠자리, 갈대풀이 그려졌다. 이렇듯 14장이 모두 계절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안병광 서울미술관 설립자(유니온제약 회장)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단순하고 간결하며 뽐내지 않지만 어우러짐이 더욱 돋보여 행복감을 준다. 관객들도 그런 행복감을 느낄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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