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조기’ 설 선물 대신 ‘돼지-민어’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후 첫 설 선물세트 기획을 내기에 백화점 기획팀은 온갖 노력을 다 쏟았다. 그러나 기존의 참조기 굴비로는 도저히 청탁금지법 선물 상한액인 5만 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기획한 선물은 민어를 굴비 조기처럼 말린 민어굴비. 민어는 마리당 300g 내외로 보통 참조기보다 훨씬 커서 5마리만 넣어도 풍성해 보이고 가격은 4만9500원이었다. 이번 설날 이마트에서 민어굴비 선물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설을 한 달여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고급 명절 선물인 굴비와 한우를 대체하는 이색 선물세트가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한우세트의 변신도 눈에 띈다. 고가 선물의 대명사인 백화점 정육 선물세트에도 ‘가격 줄이기 기획’으로 처음으로 5만 원 이하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돼지고기 중 선호도가 높은 삼겹살 1.0㎏과 목심 0.5㎏으로 구성한 ‘돈육 실속 구이세트’가 대표적. 가격은 4만9000원으로 롯데백화점이 처음으로 돼지고기로 구성한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쇠고기는 용량을 줄여 5만 원 단가를 맞췄다. 일반적으로 쇠고기 선물세트의 용량은 2.4kg 이상으로 수입육은 부위에 따라 10만 원 이상, 한우는 20만 원을 넘는다. 이번에는 설 선물용으로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1㎏, 1.2㎏짜리를 내놓았다. 불고기와 국거리용으로 구성한 ‘호주 와규 실속 정육세트(1.2㎏)’가 4만9000원이다.

현대백화점도 명절 선물로는 처음으로 돼지 불고기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내년 1월 8일까지 예약 판매기간에만 5만 원에 파는 ‘쌍다리 돼지 불백’이 대표적이다.

유통업체들이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내놓는 100쪽∼160쪽짜리 명절 선물 카탈로그도 완전 변신했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5만 원 이하 선물만 모아놓은 35쪽짜리 별도 책자를 만들었다. 이마트의 이달 8∼18일 설 선물 사전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동일 시점 대비 371.8% 늘어났다. 판매 수량 중 98%가 5만 원 미만 선물세트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5만 원을 맞추기 위해 중량을 조정하거나 색다른 기획을 반영한 신상품 선물세트가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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