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전쟁과 정치분란 그리고 고뇌

[코리아데일리 곽지영 기자]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아랍 리볼트라는 역사적 사건과 (터키로부터의) 아랍 독립 및 근대 중동 국가 형성에 큰 역할을 한 벽안의 영국인의 영웅담이라기보다는 T.E. 로렌스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한 캐릭터 탐구라는 내용을 알고 감상하면 백미다.

이 영화의 생명력은 세대와 정서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나 지역적, 종교적, 인종적 편견보다는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잘 왕자가 이끄는 아랍 반군에 파견된 로렌스가 불가능 할 것처럼 여겨졌던 사막 횡단을 통한 아카바 침공을 성공으로 이끄는 과정을 다룬 1부가 이상주의자의 전형적인 영웅담을 다루고 있다면, 2부는 잔인한 전쟁과 정치와 분열과 그리고 개인적인 고난을 겪으면서 퇴색하고, 무너져가는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스틸

2부는 진행 속도 강양 조절이 불규칙하고, 종종 지나치게 은유적이고, 주인공에게 일어난 사건은 보기 불편하고, 결국 토사구팽되는 운명 역시 안타까워서 1부만큼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더 흥미롭고, 주인공에 대한 인간적 동정과 동감을 불러일으킨다.

터키 총독과의 "그 사건"과 그 영향을 다룬 내용이 좀 더 직설적이고, 간결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하지만, 여러모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소재인만큼 조심스런 접근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줄거리 & 결말

T. E. 로렌스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뒤,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언급한 이후 그의 모험을 회상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1916년, 영국 정보국 소속 장교 로렌스는 아라비아에 정통하다는 이유로, 아랍 부족의 지원을 받아오라는 육군정보부의 명령을 받고 아랍 지역으로 파견된다.

이집트의 카이로를 출발하여 수에즈 운하를 건너는 도중 그는 알리 족장과 만난다. 로렌스는 우물물을 마셨다는 이유로 죄 없는 베두인족 안내인을 총살하는 알리 족장의 비정한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파이잘 왕자는 사막을 지배하는 부족의 지도자이자 독립군 지휘자이다.

로렌스는 자신의 상관인 브라이튼 대령의 의견과 달리, 수에즈 운하의 주요 통로인 아카바를 습격할 것을 제안한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파이잘 왕자는 자신의 부하를 내어주고, 알리 족장과 함께 떠날 것을 허락한다. 죽음의 사막 횡단 도중, 로렌스는 길을 잃고 뒤처진 부하 자심을 구하기 위해 일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영웅심을 발휘한다.

사막에서 돌아온 뒤 로렌스는 알리의 부족과 라이벌인 하위탓 부족의 족장 아우다를 꾀어내 아카바 습격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낸다. 그는 아랍 독립에 일조한 공로로 아랍민족으로부터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웅적인 칭호를 얻으며 선지자적인 위치에 오른다. 아랍 전사들을 이끌고 터키군과 싸우던 그는 남의 우물물을 마신 병사에게 총살을 하고, 확인사살까지 수차례 하는 잔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지도자임을 확고히 한다.

선지자라는 확신에 찬 그의 행동은 점점 과장되어간다. 그러던 중 터키군에 잡혀 성적 고문을 당한 그는, 자신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고, 인종이 다른 아랍인과 동일시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절감하게 된다. 영국 정부의 소환을 받고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아랍민족연합회의를 이룩할 것을 꿈꾸며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하지만 아라비아 사막은 열강의 지도자들로 인해 정치적 타결점을 찾아 판세는 뒤바뀐 상태다. 믿었던 파이잘 왕자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난 뒤, 로렌스는 고문직을 사임한다. 몇년 뒤 고향에서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푸른 눈과 눈부신 금발이 아랍인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인상 깊다. 서서히 동화되지만 완전히 아랍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로렌스에게 공감이 많이 되고 러닝타임이 굉장히 길다는 점이 아쉽지만 블루레이를 소장하고 싶은 명화증 명화다.

9일 EBS에서 방영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1989년 복원된 227분자리 감독판을 4K로 리마스터를 한 이 작품으로 최고의 블루레이 타이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가능한 hyperbolic한 반응과 표현은 자제하려고하는 편이지만, 이 타이틀의 경우는 전주곡이 나오고 처음 등장하는 콜롬비아 픽쳐스의 구식 로고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반세기라는 시간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화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명도와 컬러 표현은 8K로 마스터된 다큐멘터리 ‘바라카’와 동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영화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지옥의 묵시록’, ‘블레이드 러너’ 등 역시 레퍼런스급의 뛰어난 리마스터 타이틀로 평가되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이들과 비교해 갖는 상대적인 우월성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비주얼에 있다.

저 장면을 과연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호기심과 사막이 주는 정적 아름다움과 전투 장면의 역동성에 감탄하느라 영화 본 내용에는 주의를 충분히 주지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자욱한 사막 먼지 속에서도 엑스트라 개개인과 말들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이는데, 이것이 70mm의 위력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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