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드’ 한국 여자농구 전설 이미선, 은퇴식과 함께 농구화와 이별…

[코리아데일리 강윤중 기자]

[사진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이미선이 선수 경력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은 이미선을 위한 공식 은퇴식을 마련했다.

이미선은 2015-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선은 19년간 삼성생명에서 이적없이 정규경기 502경기, 플레이오프 93경기를 소화했다. 스틸상 11번, 어시스트상 3번 등을 품었다. 그 중 1,107개의 스틸은 역대 1위다.

무엇보다 삼성생명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이미선에 앞서 신정자(583경기), 변연하(543경기), 김계령(501경기)이 500경기 출전을 넘어섰지만, 한 팀에서 500경기에 출전한 것은 이미선이 유일하다. 정확히 1만6855분18초 동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다. 삼성생명에 정규리그 우승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를 선물했다.

국가대표로서도 최고였다. 15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땄다. 올림픽도 3번이나 출전했다.

물론 양쪽 무릎 모두 수술하는 등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 때마다 남편인 최진영 당시 삼성생명 사무국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미선도 "남편이 '너는 코트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멋있다'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에서만 19년을 뛴 이미선에게 용인실내체육관은 집 같은 장소다. 특히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했지만, 아직 '은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이미선은 "사실 은퇴는 했지만, 너무 오래 있었던 곳이라 체육관을 자주 갔다. 너무 편했다. 염치불구하고 자주 갔다"고 웃었다.

이날 은퇴식은 그런 이미선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코트에 서는 이미선의 발에 눈길이 갔다. 맨발이었기 때문. "은퇴식이라 예쁘게 화장도 하고 힐도 신고 왔는데, 코트 위에서는 운동화를 신는게 예의라 생각해서 맨발로 섰습니다."

그러자 후배 강계리가 부랴부랴 달려와 농구화를 선물한다. 코트에서 신는 이미선의 마지막 농구화였다. 농구화를 건네는 강계리는 이미 울고 있었다. 원피스에 농구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정든 코트와 작별하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농구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많은 이들이 '선수' 이미선의 마지막을 기념하고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최경환 명예총재, 임대기 삼성생명 구단주, 한선교 전 KBL 총재 등이 선물을 건넨 가운데, 오랫동안 적장으로 있었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이미선을 격려했다.

이어 이미선에게 '502(출전 경기)'를 비롯해 기록이 담긴 트로피가 전달됐다. 이미선이 실제 사용했던 공인구로 만들어진 트로피였다. 또 등번호 5번이 새겨진 유니폼 액자도 받았다. 홈 개막전 상대인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꽃다발을 안겼다.

은퇴식은 이미선의 영구결번식으로 마무리 됐다. 농구인생 내내 사용했던 등번호 5번이 용인실내체육관 한 쪽을 장식했다. 이미 옆에는 동반자였던 박정은의 등번호 11번이 걸려 있었다. 두 전설을 상징하는 번호가 나란히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코트를 떠나며 이미선은 농구화를 내려놓고 구두로 갈아신었다. 그녀의 농구인생에서  새로운 챕터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미선은 앞으로 미국으로 출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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