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 예약 “그동안 몰랐던 왕과 왕비의 체온...환상의 정취는...”

[코리아데일리 정은채 기자]

24일 오전 현재 창덕궁 후원을 예약이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창덕궁 홈페이지가 접속이 힘든 상황이 알려지면서 창덕궁 후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창덕궁 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산으로 선정된 창경궁과 붙어 있는 한국 최대의 궁중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조선시대에 놀이와 잔치가 벌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창덕궁은 태종이 만든 궁궐이다. 태조 다음 왕인 정종은 도읍을 개경으로 옮겼는데, 정종 다음 왕인 태종이 다시 한양으로 환도했다. 동시에 경복궁의 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창덕궁을 짓게 된다. 태종이 경복궁에 머물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정적인 정도전과의 갈등, 왕자의 난으로 인한 참극의 현장이 경복궁과 직결됐기 때문인 것이 역사에 드러난 내용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궁이라 하면 많은 이들이 경복궁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조선의 왕이 오래 머물렀던 궁은 경복궁이 아닌 창덕궁이다.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소실된 후 창덕궁은 우선적으로 복구됐지만 경복궁은 고종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재건됐기에 오랜 기간 왕은 창덕궁에서 정사를 돌봐야 했다.

임금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인물을 소재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극영화가 자주 등장하는 추세다.

왕을 둘러싼 모략, 신하들의 권력싸움으로 궁은 한시도 평안할 틈이 없는 공간으로 묘사되곤 한다. 영화 속 장면과 역사의 현장 사이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느낄 수 없었던 뒷모습에 웃기도, 울기도 하며 '왕의 본 모습은 어떠했을까' 자문하고 깊이 생각하게 된다. 문득, 왕은 어디서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즐겼으며 사색에 잠겼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창덕궁의 후원이다.

현재는 '창덕궁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숨겨진 정원이라 해서 '비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정원이라 해서 '금원'이라고도 불렸다. 이와 관련해 '광해'라는 영화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광해군과 후원에 얽힌 역사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광해군은 창덕궁 후원을 지나면서 몸을 숨겼는데, 이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진 옥새가, 광해군에 의해 폐비된 소성대비(인목대비)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창덕궁은 경복궁의 자로 잰 듯한 비례, 질서, 규칙과 달리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한 구조가 특징이다. 어찌 보면 궁으로 산자락이 자연스레 내려온 듯하고, 달리 보면 산자락에 궁이 얽매임 없이 내려앉은 형상이다. 자연과 궁궐 사이의 애매모호한 공간에 정원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옥류천 일대는 임금의 우물 '어정', '소요암', 정자 등이 북악산에 안겨 조화를 이뤘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방문객과 정원 관련 전문가 등 많은 이들이 옥류천 일대를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으로 꼽는다.

옥류천이 흐르는 물길 주위로 취한정, 소요정, 용산정, 태극정, 청의정 등 정자가 세워졌지만, 그 사이에 여유는 부족함이 없다. 또 궁궐 건물 중 유일한 초가지붕인 청의정도 볼만하다. 지붕에 쓰이는 볏짚은 임금이 직접 심은 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소요정에서 보이는 소요암 풍경도 인상적이다. 높은 산 능선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풍경이랄까. 평평한 바위에 수로를 만들어 물이 흐르니 강이고, 그 끝에서 물이 떨어지니 폭포다.

이 뒤로 산처럼 바위가 버티며 사면에는 순조가 이곳 풍경을 노래한 오언절구 시가 새겨졌으며, 그 아래에는 인조의 친필인 玉流川(옥류천)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부용지, 애련정, 관람지, 옥류천 순으로 정원을 걸었다. 든든한 한 끼 챙겨 먹으면 차갑던 겨울바람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마음에도 든든한 무언가가 채워진 듯 추위가 시원하다.

고궁과 얽힌 여정은 총정리가 어렵다. 너무 많고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공간마다 녹아있는 분위기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급변한다. 후원 또한 마찬가지. 같은 연못이지만 그 분위기는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으며 수많은 정자 또한 만들어진 시기와 특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왕과 왕비의 정취가 느껴지는 창덕궁 후원 예약은 창덕궁 홈페이지(http://www.cdg.go.kr)에서 가능하다. 시간별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방문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창덕궁 후원 특별 관람은 문화재 보호와 생태적 보존 측면에서 제한 관람을 실시하고 있다. 언어권별로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인원 제한을 두어 안내해설사와 함께 관람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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