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연내 타결 실패…美 · 中 고래싸움에 韓 ‘갈피’잃어

 

[코리아데일리 이준범 기자] 우리나라가 ‘갈피’를 못찾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타결 무산된데 이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 역시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RCEP에 참여한 16개국 정상은 8일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RCEP 정상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RCEP 참여 16개국 정상들은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데 재차 뜻을 모았다.

RCEP은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통합체다. 중국과 아세안 국가가 주도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로 불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RCEP은 인구 35억명에 명목 국내총생산(GDP) 22조4000억달러, 교역 규모 9조6000억달러로 유럽연합(EU·16조2000억달러)을 능가하고 TPP(27조4000억달러)에 버금가는 거대 경제블록이다.

RCEP은 지난해 선언문에서 16개국 정상들은 '2016년 내 협상 타결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나, 올해는 아예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이를 두고 RCEP 협상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들리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은 미국이 제외된 RCEP은 물론 미국을 아우르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에서까지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미국 중심의 TPP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에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협상에서 가장 큰 산은 상품·서비스·투자의 '자유화 수준'(개방 범위)에 대한 입장차다. 호주·일본 등 이미 개방 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높은 관세 자유화 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나 저개발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현재 논의 중인 RCEP의 관세 자유화율은 80% 수준이고 TPP는 90% 수준이다.

일각에선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역내 정치적 갈등이 증폭된 것도 RCEP이 동력을 잃은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협상국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점과 자유무역 선도국을 지향하는 우리 정부로선 RCEP의 동력 상실은 악재다.

TPP를 업은 미국과 RCEP을 업은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좌초될 유기에 처했다. 하루 빨리 ‘갈피’를 잡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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