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홍보부터 진로상담까지 위탁, 계약서 없는 학부 위탁 '법적 근거 없어'...

-운영은 위탁업체, 학위는 경기대… 위탁업체들에 '비밀유지' 강조

-학부 폐지에 갈 곳 잃은 학생들, 경기대 측 "타기관으로 이전해야..." 

-'학위장사꾼'으로 전락한 대학들, 학교는 '갑', 학생은 '을'

[코리아데일리 이현승기자]

경기대 평생교육원이 학부 운영을 불법 위탁한 것도 모자라 위탁업체 대표에게 부당한 책임을 물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위탁업체 대표 A 씨. 2008년 말,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은 A 씨에게 엔터테인먼트 학부 운영을 위탁했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2015년 3월 경기대 측이 A 씨에게 보낸 계약 해지 공문

문제는 2014년 8월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측이 A 씨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학부 내 모델학과는 국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졸업생 일부가 현역 모델과 방송인으로 활동할 만큼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 여태 홍보해줬더니 득만 챙겨간 경기대

취재원은 A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A 씨가 학부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점은행제’는 학생들이 공인된 기관에서 자유롭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권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 대학과정에 비해 쉽게 이탈자가 발생한다. 이에 A 씨는 학생 관리에 철저히 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학업 및 진로 상담은 물론 학부 행사에 적극 지원하고 학부모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는 등 학생 관리에 힘썼다고 A 씨는 말했다. 그 결과 A 씨는 37명(2009년 기준)의 학부생을 5년 만에 346명으로 약 10배 가까이 늘릴 수 있었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2013년 3월 27일 경기대와 A 씨가 서명한 <과정 운영 협약서>의 일부

이처럼 경기대 평생교육원은 학부생 모집 권한을 A 씨에게 전부 위임하고 학부 홍보와 신입생 모집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A 씨는 “매년 신입생 모집을 위해 1년 전부터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며 “직원 2~3명이 차량을 코스튬해서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스터 붙이고 홍보지를 나눠주고 지원자가 오면 매달 면접을 봐야했다”며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A 씨가 제작한 엔터테인먼트 학부 광고물

한편 평생교육원 측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하 평교원)에서 2015학년도 2학기부터 연극학전공 과목 평가인청 취소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불분명한 이유로 갑자기 모델과정 운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1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해 전국에 경기대 평생교육원을 홍보 중이던 A 씨는 계약 해지를 이유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 비밀유지를 강요한 경기대… ‘학위 장사 노렸나’

경기대 평생교육원 측은 A 씨를 비롯한 위탁업체 대표들에게 ‘비밀유지’ 항목이 포함된 부당한 새 협약서를 내밀었다.

위탁업체들이 실질적인 학부운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감추기 위해 이 항목을 포함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과정 운영 협약서>상 '비밀유지' 조항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이 학점은행제를 운영할 경우 교육부의 평가인정을 받은 교육기관만이 가능”하며 “위탁할 경우 위탁업체 또한 교육부의 평가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3월 27일 작성된 ‘과정운영협약서’ 제4조 2항을 보면 학부 운영은 사실상 위탁업체의 역할임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취재 과정에서 경기대 평생교육원이 여전히 일부 학부를 위탁 운영 중이라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경기대는 학부를 위탁운영했지만 거리낌 없이 대학 총장 명의의 학위증을 수여했다.

평생교육원 관계자 B 씨는 “지금도 위탁운영 중이지만 협약서가 없기 때문에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며 “계약이 명문화돼있지 않더라도 막대한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내부 문제를 들추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다른 학교에서도 심심치 않게 (평생교육원이) 위탁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생교육을 명목으로 경기대 측이 ‘학위장사’ 따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 대학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기대 평생교육원 건물 전경] 14년도 엔터테인먼트 학부 모델학과의 등록생만 총 346명, 모든 인원이 사용하기에 매우 비좁다.

제보자 A 씨와 평생교육원 관계자 B 씨는 학습자에 대한 경기대의 무책임한 태도를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전공 특성상 실습실 활용이 높은데 비해 경기대 평생교육원 건물은 너무 비좁았다. 당시 A 씨를 포함한 학부장들은 공간이 좁아 사비를 들여 교외에 사무실을 마련해야만 했다.

최초 경기대 부설 어린이집이 본 건물 1~2층을 사용했는데, 학생들이 늘어나자 평생교육원 측은 어린이집 운영을 중단했다. 그리고 2014년 8월 평생교육원 원장 D 씨는 학부장들에게 총 3억 원의 유상 임대료를 요구했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경기대 측이 A 씨에게 유상 임대한 '서울 하우스' 전경

모델학과의 경우 인원이 급격히 늘어나 더 넓은 강의실과 실습실이 필요했는데, 이에 경기대 측은 ‘서울하우스’라는 조립식 건물을 지어 A 씨에게 유상으로 임대하기도 했다.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훈련기관은 강의실, 실습실, 행정실 등을 포함한 교육기본시설 및 설비를 갖추어야 하되, 대학 또는 전문대학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만 한다.

경기대 측은 학생들에게 꼬박 수강료를 챙기면서도 적절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

관계자 B 씨는 “당시 2,000명이 평생교육원 4·5·6층을 가지고 사용했다”며 “전무한 휴게실, 상담실, 실습실도 없고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예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등록금 내는 것도 똑같고 학생들이 상주해 있으며 학점도 30학점 이상 듣는 반면 정규 학생들에 비해 교육지원서비스가 너무 열악하다”라고 덧붙였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2015년 6월 평생교육원 내 학부장들이 모여 경기대 측에 보낸 탄원서의 일부

▲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갑’의 횡포

A 씨는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학부 운영에 손을 뗄 수 없었다. 경기대 측에서 기존 학습자들이 수료할 때 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경기대 측은 계약이 해지된 뒤에도 A 씨에게 기존 학생들로 인한 비용을 요구했다.

협약서에 따라 수강료 관리는 경기대 측이 맡았지만 학부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A 씨에게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운영경비는 사이버강의료, 학습자등록비, 학점인정신청비, 강사료, 기자재 구입비, 직원 임금 등으로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약 4~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 [사진=코리아데일리] 경기대 측이 A 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의 일부

A 씨는 “주임교수를 믿고 찾아온 학생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었다”며 “경기대학교의 횡포로 위탁업체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너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경기대 평생교육원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이 이제는 ‘취업사관학교’, ‘학위장사꾼’으로 전락했다.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악용해 소수의 이익을 챙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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