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전근대적 조직문화도 이런 폐쇄경영에서 기인… 검찰 증여․상속과정 편법성 철퇴

[코리아데일리 이수돈 기자]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평생을 통해 이끌어 난 사업이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로 또 한번의 수난을 맞은 가운데 신 전 회장의 세번째 부인 탤런트 출신 서미경에도 검찰의 칼날이 겨냥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0일 시작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서울 잠실 롯데 쇼핑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서미경도 검찰의 조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것.

이는 그동안 서미경 씨는 연예계 은퇴 이후 베일에 가려진 삶이지만 몇 년전부터 주식시장에서 서씨 모녀의 움직임은 활발했고 롯데그룹 대표 계열사이자 실질적인 대표회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쇼핑의 주주명단에 오르면서 그룹 오너 가족으로서 상속에 대한 특혜 시비를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미경씨와 신유미씨는 롯데쇼핑 주식을 각각 1690주, 3270주를 매입한 이후 영업일 기준 엿새 연속 사들여 현재 각각 3만531주, 2만8903주를 확보했다. 지분으로는 각각 0.11%, 0.10%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롯데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 주식 매입이 주는 ‘시그널’에 재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쏠려 왔다.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가 살고 있는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의 고급 빌라. 원내는 활동 당시의 서미경씨 모습.
한편 서미경씨는 1970년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스롯데로 당선한 이후 연예계에 입문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 1980년대 초반 당시 60대 신격호 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됨으로써 연예계를 은퇴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서구적인 마스크와 섹시함으로 당시 정윤희·유지인·장미희 트로이카를 잇는 유망주로 꼽혔던 서씨는 이후 신 회장의 그림자로, 그룹 안팎에선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는 인물로 살아왔다. 1년을 둘로 나누어 일본과 한국에서 지내는 신 회장은 한국 체류 시 롯데호텔과 서씨의 집에서 지내오다가 병이 들면서 롯데호텔로 특별방으로 옮겼다는 것.

서씨는 신 회장과 사이에서 딸 유미씨를 얻었으나 롯데가문 사람들에게 신격호 회장의 정실부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은 첫 번째 부인 고(故) 노순화씨와 사이에 신영자 사장을, 일본에서 만난 두 번째 부인 시게마쓰 하츠코씨와 사이에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과 신동빈 부회장을 두었다.

그동안 서씨 모녀는 유원실업과 롯데후레쉬델리카를 통해 롯데그룹 주변에서 맴돌았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쥐고 있는 유원실업의 경우 서씨 모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신유미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후레쉬델리카는 롯데세븐일레븐에 삼각김밥 등 즉석 음식을 공급하는 중소업체다.

이 같은 ‘변방’배치는 “두 모녀의 롯데쇼핑 주식 매입은 신격호 회장 사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방책”이라는 내용이 흘러나왔기에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조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동안 롯데에 특혜를 준 것으로 소문이 나돌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측근에도 검찰의 칼날이 향하고 있어 신격호 전 회장과 신동빈 현 회장의 진술 여부에 따라 정계전체의 케이트로 발전할 기미마저 포착돼 롯데의 수사는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업 허가부터 안전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롯데 그룹을 향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롯데 면세점 사업은 물론 일본 롯데로 흘러간 비자금의 실체 역시 철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의 수사에 의해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 3인방 신동빈 회장 , 신격호 창업주, 신동주 장남
이에 앞서 10일 검찰은 이날 롯데홈쇼핑, 호텔롯데 포함 롯데그룹 계열사 17곳의 자산거래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흔적이 포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롯데그룹 정책본부 내 자금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진행된 압수수색 범위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택도 포함됐다.

이처럼 롯데의 수난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예견된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으킨 ‘왕자의 난’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장남은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방문해 “일본 롯데홀딩스에 문제가 많으니 이사회를 정리해 달라“고 신 총괄회장을 설득했고 신 총괄회장은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 친지 5명과 전세기에 오르면서 왕자의 난은 시작이 됐다.

일본에 도착한 후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을 찾아가 자신을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전격 해임했다.

해임된 이사 중에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손으로 직접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모두 해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그가 잠시 후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에게 다가가 “앞으로 롯데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격도 빨랐다. 신동빈 회장은 해임된 이사 6명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거꾸로 신 총괄회장 해임을 결정해 버렸다. 장남이 일으킨 난을 차남이 진압한 것이다. 그렇지만 3부자간의 진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법적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처럼 롯데의 세습에 얽힌 전근대적인 ‘집안 돈싸움’을 보면서 시민들은 “아직도 이런 봉건적인 세습과정을 지켜봐야 하느냐”면서 “근본 원인은 추악한 세습경영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적으로 이뤄져 재계5위 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로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노욕’과 신동빈 회장의 ‘탐욕’ 그리고 신동주 전 부회장의 ‘허욕’이 빚은 참극의 결과라는 게 일부 재계의 반응이다.

▲ 검찰이 상속과 비자금 조성으로 집중 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롯데 그룹 신격호 전 회장의 가계도
한편 신 총괄회장은 90대 중반이다.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언어구사도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그는 건강을 지나치게 자신했다. 그룹 업무도 직접 챙겼다. 그룹 지배권을 놓기 싫었다. 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와함께 현재 롯데의 경영권을 진 차남 신 회장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경영 능력은 늘 시원치 않았다. 이렇다 할 그룹의 미래비전도 내놓지 못했다. 가장 의욕적으로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벌인 중국내 백화점 사업은 첫 번째 공략지점인 베이징부터 흔들거렸다.

중국내 합작회사한테 완전히 당했다. 지금도 여기저기 사업장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 유통사업이 아니라 그저 땅을 산 것에 그쳤다는 비아냥도 많다. 이런 신 회장이 재계 서열 5위 그룹을 그냥 넘겨 받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왕자의 난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불러 일으켰다.

롯데그룹의 이런 분위기는 그룹 전체의 조직문화에도 짙게 베어있다. 조직 분위기나 질서가 지극히 후진적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평가다. 심지어 아직도 ‘상납문화’가 상존하고있다. 부하가 상사 집으로 수시로 고가의 선물을 보낸다고 한다. 그것도 모두 롯데백화점이나 롯데쇼핑에서 산 물건이나 상품권들이다.

롯데그룹의 부자 세습은 일단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들이 많다. 그건 신씨 일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경영권이 누가한테 가느냐는 우리 국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그 세습과정이 투명하고 분명한가는 관심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검찰은 이들 3부자간의 증여 및 상속과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한다. 세무당국도 관련 세금을 철저히 징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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