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회, 갈 길 잃은 '대종상영화제'… 책임은 누구에게? "위기"

[코리아데일리] '김구회'가 화제인 가운데, 그가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대종상영화제'의 위기에 눈길이 쏠렸다.

 

제52회 대종상이 공정성을 내세우며 쇄신을 예고했지만 "불참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의아한 원칙으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부문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영화인에게 돌아가야 할 트로피가 갈 길을 잃는 상황이 벌어질 위기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에서 오늘 11월 20일 개최를 앞둔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의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올해 영화제의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최민식, 손예진, 영화제 조직위원장 김구회, 집행위원장 최하원, 본부장 조근우 등이 참석했다.

이날 대종상은 올해 행사에서 이룰 목표들을 밝히며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역대 수상 배우 전원 초청, 최대 규모의 레드카펫, 해외부문 신설, 북한 영화인 초청 등 실현이 간단하지 않을 법한 계획들이 다소 의아함을 자아냈지만, 그보다 더욱 의문스러웠던 대목은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조근우 본부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대리 수상은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상 예정 배우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시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시상식의 트로피는 한 해 동안 부문별로 가장 뛰어난 역량을 펼친 영화인에게 돌아가는 선물이다. 활약을 인정받고, 동료 영화인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며, 앞으로의 활동에 동력을 얻기도 하는 것이 영화인들에게 시상식이 지니는 의미다.

대종상이 이날 밝힌 새로운 원칙이 앞뒤가 어긋난 발상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기를 잘 해 주는 상에 필참이라는 조건이 따라붙게 됐다. 조건을 어길 시 트로피도 날아간다. 이미 의미가 퇴색된 상이다.

후보에 오른 모든 이들이 참석해 축제를 즐기는 것은 시상식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그림이다. 하지만 그리 현실적이진 않다. 촬영 일정으로, 혹은 개인 사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는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혹 대종상이 한시가 바쁜 일정 탓에 불참하는 경우를 '상 뺏기'의 예외로 둘 수도 있겠지만, '바쁨'의 기준이 뚜렷할 수 없으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터다.

이날 대종상 측이 밝힌 새 원칙과 관련해 매니지먼트업계 관계자들 역시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활발히 활동 중인 톱배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의 한 임원은 "상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참석 여부에 따라 수상 여부도 바뀐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52회를 이어온 대종상의 위엄을 떨어뜨리는 처사"라며 "영화인들이 아닌 대종상을 위한 자리, 그들만의 행사가 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수상 후보가 됐는데 가기 싫어 안 갈리가 있나. 공명정대하게 받을만한 사람이 수상하게 됐다면 참석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충무로 톱 남자 배우가 적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의 홍보 책임자는 "시상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많은 배우의 참석을 원할 수 있겠지만, 시상식은 잘 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자리 아닌가"라며 "참석해야 상을 준다니 '참석상'이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심사의 공정성과 운영 투명성 등을 둘러싸고 자주 논란에 휘말렸던 대종상은 지난 2년 간 영화제의 조직위원원장을 역임했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최근 방산 비리로 구속되며 다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고군분투 끝에 시상식을 준비한 최하원 집행위원장이 내세웠던 것은 "누가 보더라도 흠 없는, 공정하고 훌륭한 행사로 출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참석이 수상의 조건'이라는 원칙에선 '흠 없는' 행사가 아닌 '빈 자리 없는' 행사를 향한 이상한 야심만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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