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왕성 폭포, '죽음의 계곡'으로 악명 높아… "안전하게 등산하려면?"

[코리아데일리] '토왕성 폭포'가 화제인 가운데, 토왕성 폭포의 등산 방법이 눈길을 끈다.

 

설악산에는 많은 봉우리와 폭포, 계곡들이 있고, 그 천혜의 환경이 많은 이들을 반긴다. 그중 겨울 설악산은 폭포마다 각기 다른 특징과 난이도를 갖고 있다. 난이도가 낮은 폭포로는 잦은바위골의 50m 폭포, 100m 폭포, 토막골의 형제폭포, 평소 잘 얼지 않거나 눈으로 덮인 경우가 많은 '죽음의 계곡' 건폭 정도가 손꼽힌다.

중급 이상 난이도인 설악산 폭포는 장수대 쪽의 실폭포, 소승폭포, 대승폭포, 백담사 밑 쪽 인제군 용대리의 매바위, 그리고 가장 유명한 토왕성폭포가 있다. 이 중 토왕성폭포는 가장 난이도가 높고, 폭포까지 가는 길이 멀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빙벽으로 손꼽힌다. 요즘처럼 장비가 발달하고 기술이 좋아진 시대에는 예전만큼의 위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토왕성폭포를 선등했다고 하면 빙벽등반의 고수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평소 토왕성폭포 등반을 목표로 했던 많은 산악인들이 새벽 3, 4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접근이 2시간이나 걸리는 데다 해가 뜨자마자 다른 팀보다 먼저 붙으려는 이유에서다. 먼저 등반을 시작할 때 좋은 점은 더 쉽게 내가 선택한 루트를 오를 수 있는 데다 다른 팀 때문에 등반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떨어뜨리는 낙빙 부담 없이 등반을 할 수 있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그래서 1월 한 달, 길어야 30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많은 인파를 피해서 등반을 하려는 산악인들의 불꽃 튀는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하단 90m, 중단 80m, 상단 150m의 빙벽 중 하단은 난이도가 낮은 편이어서 대부분 산악인들이 몸 풀기 용으로 오른다. 중단은 경사가 완만해서 눈이 쌓였을 때는 등반을 하지 않고 상단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눈이 없으면 확보를 하고 진행을 해야 한다.

문제는 상단 150m다. 수직 구간만 거의 120m 정도로 건물 높이로 따지자면 40층 높이다. 63빌딩의 3분의 2 높이인 수직 얼음 기둥을 로프 한 가닥에 의지해 올라가는 것이다. 등반자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등반하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람이 불거나 다른 팀들이 많으면 육성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무전기기를 가져가는 식으로 대책을 철저히 세워 놓아야 등반에 성공할 수 있다. 높이가 높은 만큼 시간도 중요하다. 겨울인 데다 산이기 때문에 오후 5시만 돼도 해가 지면서 급격하게 날씨가 추워진다. 오후 3시 무렵에 등반을 마쳐야 비교적 안전하게 하강, 하산할 수 있다.

난이도가 높고 등반에 성공하면 고수로 인정되는 토왕성폭포에서는 무모한 욕심이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무사히 넘어가는 해가 드물 정도로 꼭 한 해 1, 2건씩 사고가 나는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실력 있는 산악인들도 사고를 당할 수 있지만 근래에는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무모하게 도전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위에서 떨어뜨리는 낙빙에 어깨나 손을 맞아 사고가 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등반자가 추락하면 아래쪽에서 등반하는 사람이 맞아서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추운 겨울, 2시간 이상 산행을 해서 가야 하는 산 중턱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산 아래에서 발생하는 사고보다 대처가 늦고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토왕성폭포를 올랐을 때만 볼 수 있는 경치, 등반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 이것이 많은 산악인들이 겨울에 이곳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토왕성폭포가 빙벽 등반의 결정체라면 설악산 '죽음의 계곡'은 설상 훈련의 결정체이다. 죽음의 계곡은 대청봉(1천708m)에서 중청으로 가는 등산로 오른쪽 아래로 대청봉에서 정북 쪽, 희운각 방향으로 뻗어 있다. 1969년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이곳에서 훈련을 하다가 10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를 당해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름에서부터 오싹함이 느껴진다.

계곡 초입부터 깔대기 모양의 깊은 V자 형태의 계곡은 눈이 많이 내리면 V자 한가운데 엄청난 양의 눈이 쌓이는 구조다. 이렇게 쌓인 눈도 눈이지만 양쪽 급경사면 위에 위태롭게 버티던 눈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리면 큰 눈사태가 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그 적설량과 환경을 경험해 보고자 설상 훈련을 가는 곳이다. 지금은 각 시·도연맹의 대학 산악부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연맹팀으로 동계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대학산악부팀의 숫자가 많이 줄어든 까닭에 설악산에서 예전처럼 훈련팀을 흔히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산에 대한 열정을 가득 품은 산악인들이 '설악가'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를 정도로 설악산을 사랑하고 찾는 이상 설악산은 언제나 산악인들의 일부이고, 산악인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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