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이건희 형제 끝내 화해못한 비운의 생

[코리아데일리 이규희 기자]

형제간의 분쟁으로 재판을 이어오다가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 화해을 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해온던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중국에서 별세했다.

이재현 회장이 옥고를 치루고 잇는 가운데 이맹희 전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병원에서 현지 시각 9시 39분에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맹희 전 회장은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이자,이재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이다.

▲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
이맹희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일본에서 폐암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전이돼 그동안 중국 베이징에서투병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맹희 전 회장이 별세한 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맹희 전 회장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화해' 발언에 적극 환영하고 나섰으나, 삼성 측은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입장이었던 일이 새삼 떠 오르고 있다.

당시 재판에서 이맹희 측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와 함께 "삼성이 전날 원고 측의 화해 제의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인데 환영한다"며 "빠른 시일 내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대화 창구나 방법 등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혀 형제간의 분쟁이 종식되는 희망을 가졌다.

이처럼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 측이 밝힌 '진정성이 확인된 가족 차원의 화해'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돼 모처럼 한국 영제의 두 거목의 화해가 기대됐다.

더욱이 현제간의 재산 분쟁을 법정에서 이뤄진 상태에서 이맹희 측은 재판부가 내린 원고 패소 판결에 대해 "제척기간 적용 등에 대한 원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특히 피고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원고가 미필적 인식 하에 양해하거나 묵인했다는 판단은 아쉽다"고 밝히면서 보다 유화된 자세를 취했다.

판결 직후 "상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짤막한 답변을 남긴 것과는 다소 의미 있는 변화다.

이맹희 측의 이같은 유화 제스처는 상고 포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차례의 재판을 거치면서 손실된 비용과 이미지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됐을 것이란 목소리다.

2년여의 걸친 다툼 끝에 입은 상처가 해도 너무 깊었다. 상속재산을 사이에 둔 친형제 간 싸움이 '폭로전' 등으로 얼룩지면서 국민의 '반(反)재벌 정서'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고, 전날 열린 항소심까지 패하면서 이맹희 측은 거액의 인지대와 소송 비용의 부담까지 떠안은 상황이다.

반면 삼성 측은 이맹희씨 측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판결 전에 소송을 전면 취하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전했다.

화해를 위한 수단을 정하는 것은 '가족 차원'의 진정성 있는 화해가 아닌 '법적인'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을 나타내 결국 형제의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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