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도 둘레길, 지명에 얽힌 설화 ‘아랫꽃섬’

[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여수 앞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 중에서 가장 예쁜 이름을 꼽으라면 하화도이다.

한자어로는 어감이 그저 그렇지만, 우리말로 풀이하면 '아랫꽃섬'이다. ‘

꽃섬'이란 이름이 참으로 정겹고 어여쁘다. 꽃섬에는 이름에 걸맞은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바다를 벗 삼아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약 5km의 꽃섬길에는 꽃이 하나 가득이다.

나리꽃이 수줍은 듯 꽃망울을 피우고, 구절초도 군락을 이뤄 화사함을 뽐낸다. 파란 하늘과 바다에 취하고 꽃향기에 매료된다.

▲ 허화도 전경
섬은 더 이상 바다에 가로막혀 멀리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다. 뱃길을 헤쳐가 땅에 발을 딛고 그 안에 고스란히 담긴 자연을 느껴본다. 인적이 적은 하화도 꽃섬길은 아름다운 꽃과 바다, 한려해상의 비경 등 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하화도는 영국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쓴 ‘비밀의 화원’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섬이다. 거문도, 사도, 백도 등 이름난 섬에 묻혀 아는 이도 많지 않고 찾는 이도 드물다.

하지만 하화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오는 이들에게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값진 보물섬이다. 보물이란 다름 아닌 꽃으로 단장한 섬 둘레길이다. 그 이름도 '꽃섬길'이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50여 분. 바다에 점점이 솟아 있는 섬과 섬 사이를 달려 하화도에 도착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섬이다.

선착장에 내려서면 바위에 '아름다운 꽃섬 하화도'라고 적힌 커다란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꽃섬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이라 코스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이 동하는 대로, 큰 굴이나 휴게정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새롭게 단장한 마을 해안길을 따라 큰굴을 향해 걷는다.

▲ 들레길
마을 담벼락에는 정성스레 그린 소박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은 아니라도 정겨운 하화도 풍경과 잘 어울린다.

마을을 지나면 잔잔한 바다가 소리 없이 발밑에 와 닿는다. 파도 소리가 크지 않아 귓전에 와 닿는 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다. 바다 건너에는 상화도가 마주 본다.

해안길에서 큰굴까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좋다.

큰굴은 하화도가 품고 있는 최고의 비경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절벽 사이에 파도가 들이치고, 절벽 아래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다. 절벽을 타고 내려갈 수도 없고, 배를 타고 접근하기에도 위험한 지형이다. 그저 멀리서 자연이 만들어놓은 멋진 경관을 감탄하며 바라만 볼 뿐이다.

또 섬 반대편으로 올라서면 깻넘전망대가 모습을 보인다.

나무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감상한다.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단순한 풍경이지만, 단순함에서 전해지는 멋진 기운에 호연지기를 느낀다. 다시 300m 정도 걸으니 새로운 전망대가 등장한다.

큰산전망대다. 발아래 하화도의 해안선이 길게 펼쳐진다. 먼 바다는 움직임이 없는데 파도는 연신 섬을 때린다. 섬은 파도의 몸짓을 말없이 보듬는다. 마치 하화도가 뭍사람들의 발걸음을 포근하게 품어 안듯이.

▲ 이름다운 절경
큰산전망대를 지나면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이다. 가을을 맞아 하얀 구절초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풀로,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한편 하화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선조 25년(1592)에 일어난 임진왜란이 동기가 되었다.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뗏목을 타고 피난을 가던 성명 미상의 안동 장씨가 우연히 하화도를 지나게 되었다. 마침 섬에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가 만발하여 매우 아름다운 섬이라 여기고 정착함으로써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타고 봇돌바다를 항해하다가, 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섬이라 하여 '화도(꽃섬)'로 명명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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