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경호법' 혈세 논란, 김진태 "국민의 뜻 아니므로 통과 막겠다"

[코리아데일리 한승연 기자]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이른바 '이희호 경호법'에 대해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이런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법사위 통과 저지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법안은 이미 2년 전 큰 논란 끝에 한 차례 개정이 됐다"며 "그런데 불과 2년 밖에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법을 개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대표발의 한 것으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 대해 대통령경호실에서 지속적으로 경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러의 위험이 증가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과 부인 등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경호실에서 경호를 계속 맡는 것이 낫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하지만 시대와 동떨어진,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첫 번째 수혜 대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희호 여사를 위한 '1인 입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두 번째 대상은 권양숙 여사이지만, 이 법을 적용받기까지 아직 7년 넘게 남은 상태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논란이 많은 이런 법안이 어떻게 운영위를 통과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대통령경호실 경호의 비용이 경찰 경호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동의 없이 국민세금을 마음대로 쓴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운영위는 대통령 경호법을 이미 한 차례 개정한 바 있다. 당시 운영위 소속이었던 김진태 의원은 "1인 입법 논란의 이런 법안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하게 반대했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운영위원이었던 제가 법안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꼭 좀 처리해달라는 야당의 요청을 여당이 받아들이면서, 5년 안에서 그것도 '임의적'으로 건강 등을 고려해 경호실 경호를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고 회상했다.

김 의원은 이번 운영위의 졸속처리 행태를 지적하면서 유승민 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법안이 개정된지 2년 밖에 안 지났는데 개정안으로 또 올려보냈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2년 전에 논란이 됐던 법안을, 그 법안의 성격이나 경과 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는 지난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에 대한 통과 여부를 논의했다. 법사위에서 통과된다면 본회의를 거쳐 사실상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법사위가 법안 통과 여부의 최후의 보루인 셈이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운영위 통과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거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의 논의 과정이 등이 전혀 없었다"면서 "국민을 위한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내일 법사위에서 이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해 퇴임 후 15년 동안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를 제공하고, 그 후엔 경찰의 경호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대통령 경호실 경호는 10년간만 제공하도록 돼 있었지만, 2013년 국회가 논란 끝에 5년 연장하도록 개정해 15년으로 변경됐다. 당시에도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은 역시 박지원 의원이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7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평생 동안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제공하는 '이희호 경호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희호 여사가 10년 동안 같이 지낸 경호실 사람들과 헤어지기 어려워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법안발의 배경"이라는 황당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박지원 의원은 올해 4월 '이희호 경호법'을 또 다시 발의했고, 운영위는 지난 9일 본회의 직후 회의를 소집해 이 법안을 스리슬쩍 통과시켰다.

운영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당시 본회의 직후 소집된 회의라 일부 의원들이 다소 정신이 없던 상황이었다"면서 "법안소위에서 이미 심사됐고, 이희호 여사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통과시키자는 분위기 속에서 의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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