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사과, 신동주-신동빈은 아버지 보고 배웠나? "갈등의 시작"

[코리아데일리 한승미 기자]

신동주와 신동빈이 불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과거 신격호 회장이 동생 신준호와 겪었던 갈등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신 회장의 막내 남동생인 신준호의 갈등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딛고 있다. 즉, 완전 결별에 들어갔다. 신준호가 독자적으로 2004년 대선주조를 인수한 데 이어 2005년 말 대선건설을 설립한 것.

대선주조는 부산의 소주회사다. 그러나 1997년 부도가 나서 화의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무학(무학소주), 호크아이즈인베스트먼트 등에게 넘어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가 2004년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대선주조는 롯데그룹과 전혀 관계가 없다. 대선주조는 신준호가 개인 돈으로 인수한 개인회사이기 때문. 롯데그룹의 자금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즉, 롯데그룹 계열사와는 거리가 멀다. 대선주조의 전 오너는 최병석 전 회장. 그런데 최 전회장은 신준호와 사돈 관계다. 최 전회장의 장녀인 윤숙씨와 신준호의 차남 동환씨가 부부다. 지분은 신준호가 67.29%, 동환씨가 14.28%, 윤숙씨가 7.45%를 보유하고 있다. 신준호의 장남은 ‘프라이드 사건’으로 잘 알려진 동학씨다. 하지만 그는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차남 동환씨가 앞으로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볼 때, 이런 지분구조는 대선주조가 신준호 일가 소유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선주조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신준호의 행보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재계는 대선주조의 계열사 편입과 관련해 ‘롯데그룹이 진로를 인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즉, 그룹차원에서 대선주조를 인수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신준호가 대선건설을 설립하면서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으로 드러났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건설, 롯데기공 등 건설관련 회사가 2개나 있다. 건설 회사가 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신준호가 대선건설을 창업한 것은 롯데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 것. 대선건설은 지분구조만 봐도 신준호가 40%, 자녀가 50%를 보유하는 등 신 부회장 일가 소유로 롯데그룹과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선건설 관계자도 “롯데에서 투자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롯데건설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는 신준호는 건설회사가 전혀 낯설지 않다. 대선건설은 올해 사업계획으로 수도권 2곳, 부산 영남권 2곳, 충청권 1곳 등 전국 5곳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2000여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5년 내 상위권 건설업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아파트에는 ‘롯데’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사용할 방침이다. 롯데그룹과 완전히 선을 그은 것이다.

이렇게 신준호가 독자행보를 걷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신동빈의 후계승계가 가속되면서 신격호 회장의 가신들이 모조리 옷을 벗고 있다. 신동빈 중심으로 롯데그룹이 재편된 것. 예컨대 신격호 회장의 5촌 조카이자 오늘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등공신 중 하나인 신동인 전 롯데쇼핑 사장도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으로 좌천될 정도다. 재계에서는 ‘팽’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신준호도 조카인 신동빈이 그룹 회장으로 올라설 경우 거취문제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작은 아버지가 조카 밑에서 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신준호는 신격호 회장과 오래전에 사이가 틀어져 신동빈 부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 여부를 떠나 롯데그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신격호와 신준호는 1996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롯데제과 공장부지 문제로 한바탕 소송을 벌인 바 있다. 신 회장이 신준호에게 맡겨둔 공장부지 등을 돌려달라고 하자 신준호가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비화됐다. 다음해인 1997년 신준호가 형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 신 회장이 받아들임에 따라 형제간 불화는 일단 봉합됐다. 이때 신 회장은 땅을 돌려주는 대가로 롯데햄·우유 지분을 신준호에게 45% 넘겼다. 그리고 신준호를 그룹 부회장에서 롯데햄·우유 부회장으로 좌천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과 신준호 부회장이 그때부터 상당히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잘 만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롯데 관계자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신준호 부회장은 우리(롯데그룹)와 관계없다”고 못 박았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자식들이 아버지 보고 배웠네" "롯데가 언제부터 지들 멋대로 왔다갔다 하는 구멍가게가 됐나?" "난리가 났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