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태, 이를 겨누는 박근혜의 '히든카드'

[코리아데일리 남수현기자]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에 대한 얘기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조기 레임덕’은 과연 일리가 있는 지적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25일 국무회의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겨냥한 ‘말 폭탄’ 이후 친박과 비박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 내홍에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침묵했다.

박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몇가지 해석이 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한 만큼 더 보탤 말이 없다는 것과 유 원내대표는 물론 김무성 대표를 지원하는 비박계에 대해 ‘무언의 압박’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여권의 내홍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강력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른바 ‘초강수’를 두기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그것이다. 바로 ‘박근혜발 정치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발목 잡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여야 정치권을 향한 맹폭격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닷새가 지난 30일 현재까지 대통령 자신은 정작 더 이상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는 무언의 암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 핵심조차 이에 대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에 민감한 최측근을 중심으로 감을 잡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한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오래 지켜본 인사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입문 이전부터 정치권에 대해 배신과 불신을 숱하게 겪어왔다. 자연히 그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의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배신을 이번에 뼈져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는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것뿐 아니다. 김무성 당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만든 당에서 전적으로 자신이 도와줘 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현직 영부인과 대통령이던 부모를 잃은 뒤 30년 이상 와신상담 끝에 대통령에 오른 ‘인간 박근혜’로서는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넘어 일종의 오기와 구체적인 해법까지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지는 이 인사의 얘기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권이 스스로 변하길 기다려 왔다. 하지만, 이와는 딴 방향으로만 갔고 김무성-유승민 체제 등장 이후 심화됐다. 박근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바로 정치개혁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정치개혁, 그 가운데서도 국회개혁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안다. 언젠가 안철수 의원도 얘기했듯이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각종 혜택을 대폭 줄이는 국회개혁 바로 그것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국민들 사이에 거부감이 많았던 교육감과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직선제 폐지 등을 포괄적으로 묶어 함께 제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때 국회는 국민여론과 달리 절대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카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국회 보좌진 숫자를 줄이고, 친인척을 배제하는 등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국회의 권한을 대폭 줄인다면 국민 절대다수는 지지를 보낼 것이다. 임기 2년 반 이상 남은 박근혜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이를 통한 정치개혁이다. 국회는 국민과 한편을 이룬 대통령과 맞서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박정희는 초법적인 유신을 앞세워 했지만, 딸 박근혜는 합법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이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는 정확히 2년8개월 남았다. 일부에선 레임덕이 여느 대통령보다 일찍 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인사의 생각은 정반대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마지막 해엔 대부분 레임덕으로 허덕였다. 그것은 임기 중 불법행위 등으로 인해 자신의 퇴임 후를 걱정하거나, 퇴임 후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본인 스스로 대통령을 쟁취했고, 재임 중에도 두 동생을 비롯해 친인척 누구도 가까이 못하게 했다. 신세 진 사람도 없는 만큼 신세를 갚을 일도 없다.

더욱이 젊은 시절 청와대 있을 때 부모를 모두 잃었으니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퇴임 후 겁날 것이 없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 다툼은 그저 찻잔 속에 태풍일 뿐이다. 모르긴 몰라도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만 없었다면 숱한 인사문제에도 불구하고 진작 정치개혁으로 상황을 돌파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유승민 사건이 터진 것이다. 대통령은 뇌관을 터트릴 타이밍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인사의 말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개혁, 아니 보다 구체적으로 국회개혁을 위한 법률 개정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낼 것인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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