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박근혜, 쫓고 쫓기는 10년의 결말.. "여론조사는 뒤집혔다" 충격

[코리아데일리 한승미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1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을 빌미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누리당을 통해 사퇴를 압박하면서 유승민은 현재 거취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국회법 거부권을 두고 당청이 갈등을 빚는 모양이지만 이전부터 쌓여왔던 감정이 이제야 터졌다는 말이 많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열리는 새누리당 임시 최고위원회를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지목해 “자기 정치”,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가 곧바로 직접 고개를 숙이고 사과까지 했으나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를 유임시킨 새누리당에게 강한 불만을 보이며 유 원내대표 자진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3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 탈당설까지 제기되며 갈등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지만 10년 전만 해도 이런 관계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례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유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은 선대에 악연이 있었다.

유 원내대표의 부친인 유수호 전 민주자유당 의원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정권에 반대되는 판결을 한 뒤 면직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일처리가 명확하고 유능한 유 원내대표를 신뢰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유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앞장서 펼쳤다.

유 원내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캠프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아 후보 공약을 설계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상대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이명박 저격수로도 활약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 측근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유 원내대표는 2011년 말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절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의 최고위원 사퇴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사퇴로 이어졌고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재등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치른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대권의 발판을 놓았다.

하지만 19대 총선은 두 사람이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이 2012년 2월 추진한 새누리당 당명 변경에 유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가치와 정체성이 담기지 않은 이름”이라며 “한나라당보다 못한 이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명 변경은 관철됐고 유 원내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친박 주류에서 서서히 멀어지게 됐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경제에서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 점에서 친박 주류와 노선이 갈린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정부와 유 원내대표는 경제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서로 다른 점이 많이 노출됐다.

유 원내대표는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부정했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개혁·부자증세·법인세인상을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런 유 원내대표의 직격탄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때부터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새어나왔다.

청와대 비서실과 유 원내대표의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외교부를 질책하며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없다.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1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석에서 “문건유출 배후는 김무성과 유승민”이라고 지목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틀어진 관계는 국회법 거부안을 계기로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에 유 원내대표가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재 여하에 따라 갈등 국면이 마무리 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어느 쪽이든 유 원내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유 원내대표에게 꼭 불리한 것만 아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맞서는 소신있는 여당 원내사령탑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리얼미터가 실시한 6월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유 원내대표는 5월 3.4%의 지지율로 여권 내 6위에 머물렀으나 이번 조사에서 5.4%로 지지율을 2.0%포인트 높이며 여권 내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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