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사 가운' 입고 메르스 현장 방문하면.."정치권의 메르스 논쟁"

[코리아데일리 남수현기자]

최근 국회가 여야와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온통 메르스 이야기로 가득한 가운데, 정치권 인사들이 앞 다투어 메르스를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가 마비될 정도로 입을 모아 메르스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살펴보면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것 외에도 각자의 '정치적 꼼수'가 숨어있다는 예리한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급한 현안은 메르스"라며 "메르스 확산으로 온 국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은데 우리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어서 국민 앞에 면목이 없다"며 심정을 밝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6일 원내대표단- 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국민 불신만 초래하는 일체의 정쟁은 당분간 중단하자고 호소 드리며 저부터 이런 정쟁을 유발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4,5월 국회에서 협상 끝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오늘부터 최소 메르스가 진정이 될 때까지 여야 간 상호간의 비방과 정치공세를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했지만,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이 국회법 개정안이 잘못됐다며 들고 일어났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본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식으로,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전부 당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얘기하지 말길 바란다"고 각을 세웠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5월 28일 공무원 연금개혁이 통과되는 날 저녁,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국회법 개정안만은 통과돼선 안 된다고 했다"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에 혼란을 가져오고 국정운영에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 당·정·청 협의가 무산된 것을 두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국회법 개정안이 어디가 문제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립각을 키웠지만, 지난 4일에는 메르스 관련 당·정·청 협의를 요청했다.

반면 야당은 메르스 사태를 당내 묵은 과제인 계파갈등을 당분간 잠재울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최근 새정치연합은 지독한 계파갈등으로 인해 좀처럼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4.29 재보궐 선거 전패로 인한 당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며 분당론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급기야 계파갈등을 청산하기 위한 혁신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파열음이 났다.

야당 내부에선 "할 사람이 없다"는 푸념섞인 목소리가 나왔고,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대표·김한길 전 대표·안철수 전 대표·주승용 최고위원 그리고 조국 서울대 교수까지 손사래를 치고 나서야 겨우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달 24일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자 새정치연합의 목소리가 점점 하나로 집약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는 모든 참석자가 "메르스 사태 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랜만에 의견에 일치를 봤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오영식·유승희·추미애 최고위원까지 메르스에 대해 언급하며 '정부의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한참 미흡해 국민을 안심시키지도 못하고, 불안은 더욱 가중된다"면서도 "지금은 국민의 안전에 집중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는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며 "지금은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 갈등이 1박 2일 워크숍 같은 특단의 조치를 통해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 '메르스' 이슈가 야당으로서는 내심 반가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야 당 지도부만 이런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10시 30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자치단체와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비난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늦은 시각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을 두고, 세간에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한편 정부를 대신해 시민을 챙기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대권행보에 보태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야당의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조국 교수도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을 향해 "지금이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내가 안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장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며 훈수를 뒀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정부의 방역 시스템이나 의료계 전문의들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합심해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각자가 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SNS에서 "국가 재난을 자기 어필의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은 이같은 게시물에 대해 조국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거절해 어색해진 문재인 후보와 거리를 다시 좁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메르스 사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우회적인 비판인 동시에 안철수 의원이 실제로 메르스 이슈에 적극 나서면 문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는 같은 게시글에서 "안철수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조직인으로 움직이면 좋겠다"는 조언을 보태기도 했다.

여야(與野) 없이 '메르스'를 외치면서도 정작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에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꾼의 식상한 '주가 올리기' 꼼수가 국민들의 시선에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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