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연금포털 시스템, 설립 취지 못 담아낸 '반쪽' 정책.. "박근혜 이기주의?"

[코리아데일리 한승미 기자]

통합연금포털사이트 시스템이 오늘 출범한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국민 개개인의 국민연금(공적연금)은 물론 퇴직·개인연금(사적연금)까지 한 번에 가입정보를 보여주겠다는 ′종합연금포털′이 내달 중순 사적연금포털로 개문발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정보가 직접 연계 대상에서 빠지면서 설립 취지와 달리 반쪽짜리로 출발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 중심의 공사연금 정보 통합 작업이 금융위 협조 부족으로 흐지부지된 데 이어 또 한 번 부처 간 엇박자로 정부 사업이 차질을 빚은 사례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하는 부처이기주의의 전형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사적연금 정보를 담당하는 금융위와 공적연금 정보를 관리하는 보건복지부(국민연금관리공단)가 서로 자기 부처 중심의 공사 연금정보 통합작업을 주장하다 국민의 노후설계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사적연금과 퇴직연금 등 개인연금 위주로 2월(중순)에 연금포털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종합연금포털은 이름이나 취지와 달리 사적연금포털에 머물게 된다.

이는 애초 금융위가 추진했던 정책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2013년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말까지 모든 공사 연금 가입 조회 현황, 관련 정보(적립된 연금액 및 향후 예상 적립금을 바탕으로 추정 노후연금액 제공) 등을 제공하는 종합연금포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정보가 바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팝업창 등의 별도 창으로 연결해 가입자가 국민연금 정보를 직접 확인해 입력하면 공사 연금정보를 합산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개인연금만 해도 가입하고 잊어버려 (사적)연금이 언제 어디에 얼마나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걸(사적연금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종합연금포털이 사적연금포털로 시작하게 된 것은 복지부가 국민연금 정보 제공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일단 시기 문제를 들고 있다. 사적연금포털이라도 먼저 구축해 정상 가동 후에 국민연금 정보를 요청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데 있다. 2012년 복지부 주도의 공사 연금정보 통합작업에 금융위가 어깃장을 놓은 전사를 생각하고 있다.

복지부는 2012년 ′제2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과 ′제3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따라 복지부 홈페이지의 ′내연금사이트′를 확대·개편해 공사 연금 통합 포털 구축에 나선 바 있다. 현재 금융위가 추진하는 종합연금포털과 사실상 같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가 금융회사 고객 동의 필요성 등의 이유로 사적연금 정보 제공에 반대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9년에 내연금사이트를 구축해서 2010년, 2011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난 후에 사적연금 정보를 요청했지만, 금융위가 거부했다"며 "하지만 금융위는 현재 시스템이 구축도 안 된 상황에서 국민연금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복지부) 먼저 추진했던 일에 심드렁했던 금융위가 하려는 똑같은 일(공사연금 정보 통합작업)에 협조하기 힘들다는 속내다.

복지부는 공사 연금정보 통합작업이 복지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적연금 가입자(850만명)보다 국민연금 가입자(2100만명)가 많은 데다 공사연금 통합정보의 중요성 차원에서 금융위가 추진하는 종합연금포털을 금융기관이 오남용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저에는 종합연금포털의 금융기관 활용으로 사적연금 시장이 확대되는 데 대한 경계심도 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종합연금포털은 금융기관이 정보에 접근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확인하는 것"이라며 정보 오남용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보 등록과 조회를 위한 가입자의 사전 동의 의무화, 금융컨설팅에 대한 활용과 정보 접근대상의 엄격 제한, 정보 남용 시 처벌 규정 제정 등 오남용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와 복지부 입장 차이에도 결과적으로는 부처간 주도권 경쟁 속에 국민의 노후준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기초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복지부 입장에도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어 두 부처간 협조가 잘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입장에서는 누가 통합작업을 주도하든 결과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공사연금 통합 작업과 관련해 설립 취지와 국민의 입장을 중심으로 두 부처간 주도권 싸움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복지부와 금융당국이 차례로 똑같은 정책을 추진할 만큼 고령화 시대와 노후설계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국회에도 ′노후설계지원에 관한 법률안′(유재중 의원의 대표발의)이 발의됐는데, 이 법에도 공사 연금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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