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감독 영화 해설] ‘킹스맨’ 공주 엉덩이 얽힌 사연 ‘男心 화들짝’

‘킹스맨’ 공주 엉덩이 얽힌 사연 ‘킹스맨’ 스칸디비아 공주 아련한 사랑. ‘킹스맨’ 모순덩어리가 인기 급 상승 이유는?[사진/‘킹스맨’ 영상 스틸]

[글: 김기영 영화감독]

영화 ‘킹스맨’은 수트를 입고 첨단무기를 장비한 채 전장을 날뛰는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라기보단 ‘잭 애스’에 가깝다.

공주 엉덩이
분명 킹스맨들은 제임스 본드를 동경한다. 예절을 배우고 보드카 마티니를 드라이하게 마시며 ‘007’에 대한 선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매튜 본이 영국 계급사회의 뺨을 후려친다. 영국 귀족계급을 대표하는 아서의 귀족의식에 반해 해리는 ‘RP가 귀족을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해리는 백인에 RP를 사용하는 귀족집안의 일류 스파이다. 귀족 아서는 비겁한 배신자이며 아서가 추천한 귀족자제 찰리는 마찬가지로 겁쟁이에 배신자이다.

오바마를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층 또한 그렇다. 그리고 킹스맨의 편인 스칸디나비아 공주는 주인공에게 엉덩이를 벌리는 데 추호의 망설임도 없는 이 영화의 특성을 잘 말해준다.

 
‘킹스맨’은 매기 대처를 향한 노골적인 혐오와 특권층을 향한 분노, 그들을 ‘망가트리는 방식’은 계급에 저항하는 매튜 본의 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뿐만인가. 전통적인 영국 귀족에 해당하는 해리와 흑인이자 미국 슬랭을 사용하고 작품 내내 뉴에라를 벗지않는 발렌타인은 모순적이게도 아주 닮은 인물이다.

그리고 발렌타인이 말한다. ‘니네 그 억양 존나 역겨워.’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가? 작품 후반부, 경쾌한 음악과 함께 날아가는 지도자층의 머리는 굉장히 폭력적이면서도 아주 적나라하게 감독의 욕망을 드러내는 내용을 알면 이 영화가 왜 인기몰이를 하는 지 알수 있다.

‘킹스맨’은 계급의식 뿐만이 아니다. 양아치이자 노동자인 주인공은 수트를 빼입고 우산을 휘두른다. 발렌타인이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이유는 지구와 인류를 위해서다.

 
흑인이 초대한 고급 만찬에서 귀족이 해피밀을 먹고 구조 외의 살상을 지양한다던 해리가 백 명이 넘는 교인들을 살해한다.

조금만 더 나간다면 자칫 관객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영화를 싸구려로 만들 여지들을 감독은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갖다붙여 유머로 포장한다.

연출 또한 그렇다. 교회에선 피와 살을 흩뿌리나 적절한 카메라 워킹과 유쾌한 배경음악을 통해 고어를 유머로 승화시킨다. 게다가 콜린 퍼스의 액션에 매료된 관객들은 잔인함에 눈을 돌릴 새도 없다. 결말은 어떤가. 수십명의 머리가 날아가는데 축제 음악과 함께 폭죽이 터진다.

사람의 머리가 폭발하고있는데 관객들은 축제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객의 주목을 받는 것은 ‘킹스맨’의 주제의식은 명확하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성장기로 위장한 채로 계급제의 모순에 대항하는 반동영화다. 유치한 쌈마이 스타일로 감독의 폭력성을 숨기고 영화적 연출에 힘입어 분노를 표출한다. 다만 안타깝게도 영국인을 제외하곤 이런 주제의식에 공감하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다른 이들에겐 그저 호쾌한 B급 액션영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가. 깊은 생각이나 통찰 없이도 ‘킹스맨’은 스트레스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영화다. 재밌고, 냉소적이고,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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