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양 사건' 교사는 구법 적용돼 직위 유지…교육청은 징계 안해 논란

[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지난해 강력한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이 시행된 데 이어 최근 교사의 부적절한 말에 대한 법원의 처벌 판례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교사들이 '막말'로 인해 교단에서 퇴출당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언어 폭력 사례가 줄어들고 교사들의 인권 의식도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사들이 처벌 가능성을 의식, 적극적인 학생 지도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보육교사와 달리 국립 초·중·고교 교사의 신분은 원래 국가공무원법으로 보장받았다.

따라서 집행유예 조건이 붙은 징역형을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공무원 자격을 박탈당해 교단에서 퇴출되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각종 유형의 학대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작년 9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복지법이 개정돼 상황이 바뀌었다.

신체·정신적 학대, 성범죄 등 아동학대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되면 교육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법규가 신설된 것이다. 이제는 교사가 부적절한 말을 했다 기소돼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교단에서 퇴출당한다.

지난해 수원의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일명 '릴리 양 사건'으로 최근 첫 유죄 판례(벌금형)를 남긴 A교사는 '간발의 차'로 교사직을 일단 유지할 수 있게 됐다.

A씨가 릴리 양에게 부적절한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준 시기가 새 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작년 5∼6월이어서 국가공무원법상 신분 보장을 받기 때문이다.

릴리(가명) 양은 아버지가 캐나다인인 다문화가정 아동으로, 그의 담임교사이던 A씨는 릴리가 자주 질문을 해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반 학생 전체가 "릴리 바보"라고 외치게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기소돼 최근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교사직 박탈을 전제로 한 징역 10월형을 구형한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이 곧 진행될 예정이다.

금고 이상의 판결이 내려지면 A씨는 교단을 떠나야 한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드문 사례"라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어폭력의 경우 자기가 저지른 일이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해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교사들이 위축돼 소극적으로 교육하는 결과를 낳는 양면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다문화 사회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인실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장은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 다른 문화를 배려하지 않고 우리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A교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해당 교육청은 피해 학부모의 처벌 요구에도 공식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교육지원청은 지난해 8월 A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불문 경고' 처분을 내렸다. 불문 경고는 정식 징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징계위에서 가장 낮은 공식 징계인 견책 처분이 적합한 것으로 결론이 나왔지만 해당 교사가 전에 교육감상 이상의 상훈 경력이 있어 한 단계 낮은 불문 경고 처분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A교사의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수원교육지원청은 같은 사안으로 두 번 징계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추가 징계는 없다는 입장이다.

릴리 양 어머니는 "선생님이 견책 처분을 받아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됐다는 얘기를 지난해 들은 것 말고는 징계 결과에 대해 학교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선생님이 같은 학교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견책 처분 이상의 결과가 나와야 정기 인사가 아니어도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보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불문 경고여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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