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력도 '컴맹'도 연줄로 합격…면접선 "애인 있냐"

[코리아데일리= 강도현 기자]

'경기도의회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자기소개서를 써도 서울시의회 사무처 공무원으로 합격….

서울시의회가 올해 처음 사무처에 시간제 임시직을 대거 뽑은 가운데 현직 시의원 등 입김이 작용하면서 무자격자들이 다수 채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시의회에 따르면 사무처는 지난해 12월 1년 임기의 시간제 임시직 라급(8급) 50명을 채용했고, 합격자들은 지난 1월 인사위원회를 거쳐 정식 임용됐다.

정식 임용된 임시직 50명은 일반행정직 30명, 전문성을 요하는 입법분석요원 20명 등이다. 임시직이지만 이들의 연봉은 수당까지 합하면 3천만원이 넘어 190명 이상이 원서를 냈다.

그러나 전문성이나 업무 능력이 거의 없는 지원자들이 현직 시의원 등 입김으로 부적절하게 채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의회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의원은 "합격자들을 보면 입법분석요원임에도 컴퓨터 기초도 제대로 모르거나, 담당 상임위원회 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고서는커녕 기본적인 일도 부탁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정원의 절반가량이 현직 의원들과 관련 있는 사람으로 채용됐다는 점이다.

채용 위탁을 맡았던 서울시 인재개발원 등 자료를 취합하면 입법조사관으로 채용된 A씨는 현직 시의원의 딸이며 업무 경험은 전임 의장 때 의장실에서 전화 응대했던 것밖에 없다.

B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년 이상 자원봉사 활동만 했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환경수자원위원회에 입법분석요원으로 뽑혔다.

이외에도 중앙당 당직자, 현직 의원의 선거운동원 등 전문성 없이 '연줄'만으로 채용된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세금으로 연봉 3천만원을 주는 공무원을 자격 검증 없이 뽑는 건 분명 문제"라며 "채용자들이 이 경력을 갖고 나중에 부당한 이득을 보게 되면 피해자는 또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의 입김으로 자격 미달자들이 채용되면서 법학 등을 전공하고 시의회에서 수년간 관련 업무경험을 쌓은 사람들은 면접에서 줄줄이 낙방했다.

인재개발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1차 채점에서 고득점을 받은 사람들이 최종 채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최저점을 받은 사람이 합격점으로 바뀐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심지어 '경기도의회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지원자에게 합격점을 주거나,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무사통과 시킨 면접관도 있었다.

면접에서도 의원의 지인을 뽑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됐다.

면접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합격자에게는 '애인 있느냐', '자녀 학원비로는 얼마씩 지출하는지' 등 농담 따먹기식 질문만 하고 탈락자에게는 '의원 행동강령을 외워보라'는 등 어려운 질문을 해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런 방식으로 의장단 등 실세 의원들은 지인 수명씩을 공무원에 합격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의원 중 일부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일고 있지만, 대다수가 쉬쉬하는 분위기다. 곧 있을 7급 사무처 직원 채용을 앞두고 굳이 불이익을 당하기 싫다는 계산도 있다.

또 다른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의원들의 입김으로부터 시의회 사무처가 독립적일 수 없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8급 직원을 뽑는 것도 인재개발원에 위탁했겠느냐"며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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