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한지붕 아래 박근혜-이명박 정부 공개갈등
여권내 친박·친이 계파 갈등 재점화될 듯

[코리아데일리= 이규희 기자 ]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전·현 정권이 완충장치 없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내달 2일 출간될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재임시절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와 남북관계 비사 등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속내'를 지적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해 훈수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청와대가 30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보수정권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신구권력이 파열음을 냄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정치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내 친박-친이간 계파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와 관련,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불과 4∼5년 전 이뤄진 남북간 비밀접촉의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거액의 현금과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자 청와대는 MB 회고록의 내용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반론을 폈다.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지만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단호한 반박이었다.

이날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예고없이 기자실을 찾아 세종시 추진이 2007년 대선공약이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도 세종시 공약 이행을 약속하면서 박 대통령의 유세 지원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즉,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수정안을 반대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해석은 정치공학적이고 국가통합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원칙의 정치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계기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였는데, 이 문제가 자칫 '정략'으로 변질되는 것을 청와대가 적극 차단하고 나선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거론한 데 대해서도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비사가)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언론에서 많이 있고, 저도 우려된다"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남북통일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추진중인 와중에서 북한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민감한 남북접촉 관련정보가 노출된데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의 내용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최근의 정국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국정운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0%마저 붕되된 상황에서 전임 대통령 회고록이 국정운영에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MB정부 시절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했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비판함으로써 여론의 관심을 MB정부 실정에 맞추려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당내에선 벌써부터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였고, 특히 친이계 인사들은 청와대의 'MB회고록 비판'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 친이계 의원은 "청와대가 이러쿵저러쿵 반응하는 건 예의도 아니고, 역작용이 일어난다. 회고록은 회고록으로 봐줘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의원도 "청와대가 즉각적이고, 정면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는게 박근혜 정부에 도움이 되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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