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근무 넉달 뒤부터 박 경정 시켜 유출…대통령 주변 인물 동향 위주
검찰, '미행설' 박 경정 지어낸 이야기로 결론…3명 기소로 마무리

 [코리아데일리= 이옥희 기자 ]

비선 실세 논란을 불러온 이른바 '정윤회 문건' 내용은 풍문을 과장해 박관천(49·구속) 경정이 짜깁기한 것이고, 이렇게 작성된 문건은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 경정이 박지만 EG회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 검찰이 '청와대 문건' 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5일 오후 박지만 EG회장이 서울 강남구 EG그룹 사무실을 나서 차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5일 조 전 비서관을 공무상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비선개입 의혹과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박 경정이 지난해 2월 청와대 파견 해제 후 정보분실에 짐을 보관할 때 그의 짐 속에 있는 청와대 문건을 복사한 한모(45) 경위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한 경위는 친분이 있는 한화그룹 임원에게 문건에 있는 청와대 행정관의 비위 의혹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중인 2013년 6월 박 경정이 보고한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문건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뒤 이를 박 회장측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경정인 청와대 파견 해제 전인 지난해 1월까지 7개월동안 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를 통해 17건의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다.

'정윤회 문건'은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초 박 회장에게 전달됐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2013년 말 김기춘 비서실장 또는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비서실장 사퇴설 경위를 파악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은 서면 조사에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에 담긴 '십상시 회동'과 관련해 모임 장소로 지목된 강남 식당을 압수수색하고 정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추적한 결과 회동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십상시 회동'을 들었다고 주장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씨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행설은 2013년 말 박 회장이 지인 김모씨로부터 정씨가 미행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측근을 통해 박 경정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행당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으며 오토바이 운전자를 붙잡거나 자술서를 받은 사실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경정이 '정씨의 사주를 받은 남양주 카페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한다'고 보고하자 이를 믿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 확인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문건에 나오는 카페 주인 등은 정씨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박 경정도 검찰 조사에서 스스로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측에 건넨 문건에는 '정윤회 문건' 외에 'EG대주주(박지만) 주식 일부 매각에 따른 예상 동향', 'VIP 친분과시 변호사 동향 보고', 'VIP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과시자 동향보고' 등 대통령 주변 인물 내용이 담긴 문건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등 10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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