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심민재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 8일 새벽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A대표팀 사령탑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다.

기술위가 내건 기준을 충족시키는 지도자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고,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비롯해 도르트문트, 함부르크(이상 독일) 등 유수의 클럽을 지휘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우선 협상자라는 평가가 잇달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축구사를 조명해보면 ‘토탈사커’라는 혁명적인 전술로 현대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이다.

 
유로 1988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 타이틀도 보유했다. 1970년대 이후 굵직한 스타선수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며 ‘별들의 보고’로도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월드컵에 나섰다하면 어려움이 뒤 따라랐다. 1974년 서독 월드컵과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연속 준우승에 그쳤을 뿐, 이후에는 4강 문턱에 다다르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대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08년 3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 네덜란드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됐다.

맹목적인 공격에 집착하지 않고, 승리만을 노리는 냉혈한으로 변모해갔다. 네덜란드는 유럽 지역 예선 I조에서 9전 전승을 거뒀는데 경기 내용은 결과만큼 화끈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3-0 승)와 마케도니아(4-0 승)에게 3점차 이상 승리를 거뒀고 다른 경기들 대부분은 한 점차 신승이었다.

여기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네덜란드 역대 사령탑들과의 비교가 요구된다. 네덜란드는 1992년 이후 토탈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후임으로 그의 뜻을 계승하는 자들을 주로 감독직에 앉혔다. 딕 아드보카트(1992~1995), 거스 히딩크(1995~1998), 프랑크 라이카르트(1998~2000)는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네덜란드의 화려함을 중시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유로 2000 당시 역대 최강의 화력을 자랑할 때조차 네덜란드는 준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를 만회하고자 조직력을 중시하는 루이스 판 할(2000~2002)에게 지휘봉을 넘기기도 했지만, 네덜란드는 더욱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조차 뚫지 못한 것이다. 이후 토탈사커로 회귀했던 아드보카트(2002~2004)와 마르코 판 바스턴(2004~2008)도 네덜란드에게 영광을 안기지 못했다.

반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에레디비지에 클럽 감독 시절 보였던 균형과 실리 축구로 네덜란드를 ‘이기는 팀’으로 만들었다. 판 마르마이크 감독은 FC 헤레벤, 도르트문트 등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1/2002 UEFA컵 우승과 2000/2001 에레디비지에 준우승, 그리고 2008년 KNVB컵 우승을 차지하며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UEFA컵과 KNVB컵 우승은 네덜란드 감독직에 오르는 데 큰 발판이 됐다. 실리 축구를 구사한 덕으로 토너먼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이다. 페예노르트는 2007/2008 시즌 에레디비지에 최종순위에서 6위에 처지고도 KNVB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에레디비지에 준우승 때는 3위 아약스(85득점)에 비해 18득점이 모자란 67득점만을 기록했지만, 짠물수비를 과시하며 2위에 올랐다.

그렇다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수비적인’ 감독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감독으로 정의 내리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단적인 예가 우루과이와의 남아공 월드컵 4강전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1-1 동점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데미 더 제이우를 빼고 공격적인 라파얼 판 데르 파르트를 투입했다. 공격력을 강화한 네덜란드는 이후 두 골을 뽑아냈고 3-2 승리를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이 될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대회전 우승후보 5순위 밖으로 거론되던 네덜란드를 결승으로 이끈 그의 지도력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되 살리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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