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심재민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0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네덜란드대표팀 감독과 벨기에 KRC 헹크의 협상이 결렬되면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5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 'L1'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헹크와 계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벨기에 축구 전문매체 '부트발뉴스'는 헹크가 조만간 독일 출신의 크리스토프 다움 전 부르사스포르 감독과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국의 축구협회는 일단 안심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협회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물밑협상을 이번 주 안에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지난달 31일 후프 슈테벤스 전 슈투트가르트 감독과 함께 공석인 헹크의 후임 사령탑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V-bal, NU스포르트 등 복수의 네덜란드 언론들이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에서 추린 차기 외국인감독 3인에도 포함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A대표팀 사령탑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다.

3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명단은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러나 8가지 기준(대륙별 선수권대회 경험,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월드컵 예선 경험,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 성적, 클럽팀 지도 경력,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 지휘, 고령 감독 제외, 영어 사용, 즉시 계약 가능자)을 제시했다.

기술위가 내건 기준을 충족시키는 지도자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고,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비롯해 도르트문트, 함부르크(이상 독일) 등 유수의 클럽을 지휘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우선 협상자라는 평가가 잇달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0순위가 됐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는 ‘토탈사커’라는 혁명적인 전술로 현대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유로 1988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 타이틀도 보유했다. 1970년대 이후 굵직한 스타선수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며 ‘별들의 보고’로도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월드컵에 나섰다하면 어려움이 뒤 따라랐다. 1974년 서독 월드컵과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연속 준우승에 그쳤을 뿐, 이후에는 4강 문턱에 다다르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대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 2008년 3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 네덜란드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됐다. 맹목적인 공격에 집착하지 않고, 승리만을 노리는 냉혈한으로 변모해갔다. 네덜란드는 유럽 지역 예선 I조에서 9전 전승을 거뒀는데 경기 내용은 결과만큼 화끈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3-0 승)와 마케도니아(4-0 승)에게 3점차 이상 승리를 거뒀고 다른 경기들 대부분은 한 점차 신승이었다.

여기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네덜란드 역대 사령탑들과의 비교가 요구된다. 네덜란드는 1992년 이후 토탈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후임으로 그의 뜻을 계승하는 자들을 주로 감독직에 앉혔다. 딕 아드보카트(1992~1995), 거스 히딩크(1995~1998), 프랑크 라이카르트(1998~2000)는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네덜란드의 화려함을 중시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유로 2000 당시 역대 최강의 화력을 자랑할 때조차 네덜란드는 준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를 만회하고자 조직력을 중시하는 루이스 판 할(2000~2002)에게 지휘봉을 넘기기도 했지만, 네덜란드는 더욱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조차 뚫지 못한 것이다. 이후 토탈사커로 회귀했던 아드보카트(2002~2004)와 마르코 판 바스턴(2004~2008)도 네덜란드에게 영광을 안기지 못했다.

반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에레디비지에 클럽 감독 시절 보였던 균형과 실리 축구로 네덜란드를 ‘이기는 팀’으로 만들었다. 판 마르마이크 감독은 FC 헤레벤, 도르트문트 등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1/2002 UEFA컵 우승과 2000/2001 에레디비지에 준우승, 그리고 2008년 KNVB컵 우승을 차지하며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UEFA컵과 KNVB컵 우승은 네덜란드 감독직에 오르는 데 큰 발판이 됐다. 실리 축구를 구사한 덕으로 토너먼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이다. 페예노르트는 2007/2008 시즌 에레디비지에 최종순위에서 6위에 처지고도 KNVB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에레디비지에 준우승 때는 3위 아약스(85득점)에 비해 18득점이 모자란 67득점만을 기록했지만, 짠물수비를 과시하며 2위에 올랐다.

그렇다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수비적인’ 감독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감독으로 정의 내리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단적인 예가 우루과이와의 남아공 월드컵 4강전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1-1 동점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데미 더 제이우를 빼고 공격적인 라파얼 판 데르 파르트를 투입했다. 공격력을 강화한 네덜란드는 이후 두 골을 뽑아냈고 3-2 승리를 기록했다.

아직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대회전 우승후보 5순위 밖으로 거론되던 네덜란드를 결승으로 이끈 공로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유명 베팅업체들은 네덜란드의 전력을 4강권 밖으로 분류했다. 승리를 갈구하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챔피온에 목마른 네덜란드의 염원을 적셔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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