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거꾸로 걱정하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굴욕

가장 시급한 조직개편 제대로 못해 시장평가 냉담
20년만에 신용등급 강등당해 자존심과 체면 구겨
큰 경영은 못보고 소소한 단위 사업에 목숨 걸어
‘아무래도 모자가 너무 크다’는 회의론 대두 

[코리아데일리 장태성 기자]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금년 3월14일 공식 취임했다. 100일이 훨씬 지났다.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뭔가 나올 법한 시간이다. 그런데 없다.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건 큰 밑그림이 아니었다. 그저 소소한 것이었다. 그의 비젼과 철학이 들어있는 큰 게 아직 없다.

▲ 권오준 한국철강협회 회장 (사진출처=뉴시스)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경영 마인드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 이것이 무엇인가.권회장은 지난달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면서 이 같은 문구를 내놓았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CEO로 선임된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위인 중에서 제조업과 가장 친근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봤더니 세종대왕이 떠올랐다. 세종대왕 등 위대한 왕들의 영어 표기엔 ‘The Great’가 붙는다. ‘Sejong The Great’ 이런 식이다. 우리 포스코도 역사적으로 위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POSCO The Great’가 떠올랐다. 그 때로 돌아가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The’라고 쓰면 너무 오만해 보일 것 같아서 ‘the’라고 고쳐 썼더니 적당하다 싶었다. 이것을 당시 비전을 수립하는 태스크 포스에 이야기했는데 다들 괜찮다고 해서 채택이 된 것이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 말은 듣고 너무 답답했다”면서 “세계 최고의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는 포스코의 최고 리더의 마인드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하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The냐 the냐를 따진 것도 갑갑했지만 이는 결국 ‘세종대왕’처럼 ‘대(大) 포스코’라는 의미인데 이런 네이밍은 국제 무대에서 거부감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의 경영 마인드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다는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조직슬림화 작업은 졸작,시장 평가는 싸늘

권 회장이 쇄신 기치를 내걸고 단행한 첫 작품이 바로 조직 슬림화 작업인데,아쉽게도 이것은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군살을 뺀게 아니라 거꾸로 불었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기존 6개 사업부문을 4개 본부로 개편하고 경영지원 임원 수를 50%로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비등기임원 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비등기임원 중 '전문임원'이라는 처음 듣는 자리가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권 회장 취임 이후 신설된 각종 위원회 소속 위원들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연구소 출신이라 특정 프로젝트를 맡기기 위해 이같은 위원제도를 신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권 회장이 뒤에서 딴 짓을 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조직개편 작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역시 냉담했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신용등급 강등되는 수모당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11일 정기평가를 통해 포스코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철강 시황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이라고 한기평은 설명했다. 이번 강등은199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금융시장으로부터 완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업계 ‘부동의 1위’라는 평가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선 여전히 포스코 위기론을 거론하고 있다. 포스코의 독주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위상 추락을 멈추고 다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데,권오준 체제는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취임초부터 답답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포항제철소방문한 권오준 회장 (사진출처=포스코제공)
◆큰 것을 못보는 것 아니냐
 
대표적인 것으로 동부 패키지 인수 거부 결정을 들 수 있다.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를 거부하기로 방침이 섰으면 빨리 금융당국에 통보를 해야지 그것을 질질 끌 이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애당초 동부인천스틸은 포스코와 맞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아무리 봐준다며 떠안는다해도 그것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즉에 못하겠다고 통보를 해야 정부나 동부그룹측에서 다른 방안을 찾았을 것 아니냐는 ‘핀잔’인 셈이다. 그냥 가만히 있다고 동부그룹이 막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거부한 것은 최고 경영자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포스코가 얼마든지 큰 틀에서 주도권을 잡고 이 사안을 풀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권 회장이 쓰고 있는 모자가 머리에 비해 큰 게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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