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간의 혼돈...지루한 논란에 국민들 피곤해
사퇴의 변에서조차 언론과 국회에 책임 돌려
여론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지배받기 싶다며 또 국민 탓
현정권은 적임자 찾기위해 진짜 노력해야

▲ 박인환(본사 대표)

애당초 이렇게 끝날 일이었다. 처음부터 찜찜한 내정이었다. 언론과 여론의 검증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언행 또한 위태로웠다. 결국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만 두는데 무려 14일이나 걸렸다. 그 기간은 혼돈이었다.

언론인 문창극씨를 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그야말로 깜짝 인선이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너무 지나쳤다는 데 있었다. 안대희 카드의 불발을 만회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가장 큰 문제는 문 후보자 본인이다. 그의 말과 글은 검증의 칼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컬럼에서 중견 언론인의 품위를 잃었다. 더 나아가 일본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에 대한 그의 역사관과 역사인식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이같은 발언을 두고 여당내에서 조차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해외순방 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17일로 하루 연기한 데 이어 18일 '귀국 후 재가 검토'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문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지만 문 후보자는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계속 버텼다. 청와대는 답답했지만 역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 자체가 국민들에겐 스트레스였다.

이번에 총리를 교체키로 한 것은 상심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부가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문 후보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자기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청와대도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했어야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처하지 못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점을 알아야했다. 그에 대한 검증 잣대는 언론사의 논설위원이 아니라 일국의 총리 후보라는 점을 그는 깊이 인식하지 못했다.

어찌됐던 그는 자진사퇴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퇴의 변이 또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영 뒤맛이 개운치 않다. 그는 이번 사퇴가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했다. 다시말해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여기저기서 그만둬야한다고 난리를 치기에 대통령을 위해서 그만두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는 회견문에서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발끈했고 상당수 국민들도 유쾌하지 못했다. 문 후보자가 친일적 발언으로 정치·사회적 논란과 혼선을 일으킨 데 대해 반성 기미가 없이 여론과 언론 그리고 국회에 화살을 돌리는 듯한 어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가.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이다.

다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시종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다. 원래가 그는 이런 부류의 사람인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만둔 마당에,또 이런 성격과 스타일의 사람에게는 더 이상 따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확 든다.

이제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국민들은 이 사태에서 빨리 벗어냐야한다. 특히 국민들에겐 정말 우울한 ‘참극’이었다. 전혀 도움이 안되는 논란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 제대로 된 총리 후보자를 찾아내야한다. 혹자는 청문회가 너무 가혹해 좋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그건 어불성설이다. 왜 검증을 통과할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총리를 찾기위해 그렇다고 청문회는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적합한 인물을 찾아내는 것은 현정권의 책임이자,의무이다. 정권을 끌고가는 쪽에서 안하면 누가 한다는 말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야한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공직사회 개혁과 관피아 척결 등을 수행해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어야한다. 복잡다단한 국정을 총괄하고 험난한 정부 개혁을 완수해낼 실력과 의지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춰야한다. 그래야 청문회에 앞서 국민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 국민들은 한편으론 실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세번째 총리 후보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작 성 자 박 인 환: 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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