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뉴시스 제공
 
[코리아데일리 서보원 기자]
 
국민은행이 사외이사진과 경영진의 갈등으로 파국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의결하고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는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감사위원의 잘못된 판단이 갈등을 키웠다며 "흐트러진 은행의 경영의사 결정체제를 하루빨리 잡겠다. 그간의 위법 부당한 행위로 초래된 혼선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사외이사들도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진은 이어 주전산시스템 기종선정 계획에 대해 "내부의 실무전문가들과 외부의 IT전문가 조력을 받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경영진을 의사결정과정에서 아예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경영진 퇴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사외이사진과 경영진의 갈등은 전산시스템 교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국민은행 경영협의회에서는 기존 IBM 시스템을 유닉스체제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4월24일 사외이사진들 역시 2대8로 유닉스 교체를 결의했다.
 
그러나 앞서 4월14일 한국IBM 사장은 이건호 행장에 'IBM 가격 인하'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이 행장과 정 감사는 이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경영협의회를 통해 재검토 의견을 받아냈다. 이를 근거로 정 감사가 이사회에 재의결을 요청했지만, 사외이사진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정 감사는 또다시 이사회를 무시하고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해 갈등이 불거졌다.
 
이날 사외이사들은 IBM이 국내 금융권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위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은행 법무실에서는 한국IBM에 대해 '공정위 신고 대상이 아니다'며 공정위 신고를 강행할 경우 한국IBM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사외이사들은 별도로 법률자문을 구해 위법 사유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얻고 신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법무실의 반대 의견에도 공정위 신고를 강행한 것은 실제 한국IBM 행위의 위법성 판단과 그에 따른 손실 보상보다도 다른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 측의 리더십은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국민은행의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줄 것이며, 사외이사진과 경영진이 양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갈등에 국민은행 노조도 가세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 8명을 업무상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또 해당 이사진 8명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4월 24일 유닉스 전환을 승인한 이사회 의결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국민은행 이사회 내분 사태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확정되는 26일 이후에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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